가와지리 감독은 이날 “나의 꿈은 세계 어느 곳에서든 통용되는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것이다. 한국 관객들에게도 내 작품이 기쁨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93년 제작된 ‘무사 쥬베이’는 폭력적이고 에로틱한 성인용 애니메이션으로 하드고어 애니메이션 장르를 개척한 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마니아들 사이에서 ‘수병위인풍첩’이라는 원제목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이 영화는 1993년 유바리 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했으며 지난해 서울 국제만화 페스티벌에 초청돼 전회 매진되는 열띤 호응을 얻었다.
가와지리 감독은 ‘무사 쥬베이’ 이전에도 ‘요수도시’ ‘마계도시 신주쿠’ 등 하드고어에 사이버 펑크를 가미한 독특한 작품세계를 선보여 ‘하드고어 애니메이션의 거장’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그는 “하드고어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고 단지 연출 스타일일 뿐”이라며 “캐릭터들의 개성, 견고한 스토리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하드고어는 단지 자극적 묘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1968년 일본 애니메이션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즈카 오사무의 ‘무시 프로덕션’에서 애니메이터로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도 원화를 움직일 때면 희열을 느낀다는 가와지리 감독은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요짐보’처럼 국경을 뛰어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