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춘국도의 3륜차' 장애인 윤광석씨

  • 입력 2000년 9월 15일 18시 37분


“길가에 서있는 오토바이만 봐도 심장이 벌렁벌렁 뛰더군요. ‘오토바이 상사병’ 때문에 결국 다시 핸들을 쥐었습니다.”

1340cc급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시속 120km까지 ‘당기는’ 윤광석(尹光錫·44·프리랜서 광고디자이너·사진)씨의 오토바이 사랑은 좀 특별하다. 그가 12년 전 교통사고로 휠체어를 타게 된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오토바이를 몰다 화를 입었지만 제2의 인생, 제2의 결혼도 오토바이와 함께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가 오토바이와 인연을 맺은 것은 78년. 성남비행장에서 군복무 중 미군들이 오토바이 타던 모습에 반해서였다. 그러나 10년 후, 취중에 속도를 높여 레이스를 만끽하다 중상을 입었다. 하반신불수 이혼 등 슬픔이 밀려왔지만 그래도 눈만 감으면 봄날 오후 따가운 햇살을 안으며 경춘가도를 질주하는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96년 장애인모임의 국토순례해변캠프에서 휠체어만으로 동해안을 일주한 뒤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다시 오토바이를 타기로 작정했죠.” 안전을 위해 오토바이를 3륜차로 바꿨다. 클러치와 기어변속이 문제였지만 전후진만 되는 모터보트용 자동변속기를 달아 개조했다.

지금도 일요일 오후 경춘국도 근방에 나가 ‘경춘국도의 3륜차’라고만 대면 알만한 사람은 윤씨를 다안다. 지난해부터는 ‘할리 오너스 그룹’이라는 오토바이동호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강원도 일대를 질주하는 300km 랠리도 참가하고 있다.

30일 그는 동호회 모임 중 우연히 만난 김명자(金明子·43)씨와 결혼한다. 결혼식에는 이날 추계 랠리를 시작하는 동호회원 400여명이 축하 경적음을 울리고 윤씨의 사연을 접한 결혼정보회사 듀오에서 ‘오토바이와 함께 하는 결혼이벤트’행사를 마련해주기로 했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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