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마 박지원장관은 누구?]자타 공인 'DJ의 입'

  • 입력 2000년 9월 20일 19시 14분


입각 1년 4개월 만에 물러난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이 야당대변인과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이던 시절, 그의 수첩은 항상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발언이 깨알같은 글씨로 빼곡히 적혀 있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이면 DJ를 찾아가 지시받은 그날의 정국 대응방향은 물론 DJ가 각종 행사에서 연설한 내용을 토씨 한자 빠뜨리지 않고, 그것도 또박또박 정서해 받아쓰는 그의 손놀림은 속기사를 뺨칠 정도였다. 이 때문에 그의 수첩은 한마디로 DJ 발언의 ‘녹취록’이었다.

그에게 늘 따라붙는 ‘DJ의 입’이라는 별칭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러한 성실성이 바탕이 됐다. 여기에 학습능력도 뛰어나 단시일 내에 DJ의 최우등 문하생이 됐다. 자연히 누구보다 DJ의 심중을 정확하게 읽고 전달했다. 타고난 순발력까지 겸비한 그는 촌철살인의 논평들을 내놓아 상대방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전남 진도 출신으로 72년 미국에 이민가 가발사업으로 성공한 그는 미주한인총연합회장 등을 지내면서 미국에 체류중이던 DJ와 알게 돼 92년 민주당 전국구로 정계에 진출한 뒤 동교동계의 이방인이면서도 DJ의 최측근으로 부상했다.

현 정부 들어 그는 청와대공보수석과 문화부장관으로서 국정운영 전반에 대해 막전막후의 ‘DJ 전령사’ 역할을 해왔다. 특히 ‘베이징 특사’로서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이끌어내는 등 대북정책에도 깊숙이 개입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신임을 바탕으로 한 그의 ‘넓은 오지랖’은 끊임없이 여권인사들의 시기심을 자극했고 각종 구설수에 오르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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