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칼럼]사공일/경제부터 챙겨라

  • 입력 2000년 9월 21일 18시 59분


이 지구촌에는 크고 작은 수많은 나라들이 있다. 이번 시드니올림픽에 선수단을 보낸 나라만도 200개국에 이르지 않던가.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들 나라의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가난해 국민 모두가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세계 60억 인구 중에서 48억이 개발도상국에 살고 있을 뿐 아니라, 이중 30억은 하루에 2달러, 그리고 이중 12억은 하루에 1달러 미만의 생계비로 연명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들 나라의 대부분은 오랜 기간 절대빈곤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불과 40여년 전에 세계 최빈국의 하나였던 우리나라는 다행히도 1960년대에 들어오면서 정부와 온 국민이 함께 경제개발에 전력을 경주하게 되었고, 오늘의 선진국들이 산업혁명 이후 100여년에 걸쳐 이룩한 정도의 경제발전을 우리는 불과 30여년만에 이룩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정치논리에 밀린 구조조정▼

그러나 이 한강의 기적 자체가 우리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통한 선진국 진입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 후반에 들어와 우리 모두는 선진국을 향한 경제개발의 여정이 다 끝난 것처럼 성급하게 샴페인을 터트리는 과오를 범했던 것이다. 근로자들은 생산성 향상 이상의 임금인상 요구로, 기업인들은 차입 위주의 무분별한 기업확장으로, 그리고 정부와 정치권은 경제는 뒷전으로 미뤄두고 인기에 영합하는 각종 시책의 경쟁적 남발로 우리경제를 구조적으로 부실화하는데 각각 큰 몫을 하게 된 것이다. 1990년대에 들어와서도 크게 달라진 대내외 여건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국가경영전략도 마련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신경제 100일 계획과 같은 임시방편적인 시책들로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실을 오히려 조장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1997년 말에는 급기야 환란(換亂)과 함께 총체적 경제위기를 맞지 않았던가. 그 이후 우리는 스스로 갖게 된 위기의식과 긴급구제금융을 제공한 국제통화기금(IMF)의 강요에 의해 긴 안목에서 볼 때 전화위복이 될 수 있는 정부, 기업, 금융, 노동 등 각분야별 구조조정 시책을 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미진한 구조조정의 결과라기보다는 대외여건의 호전과 경기부양적 제반 시책에 힘입은 경기의 일시적 호전과 함께 온 국민의 위기의식은 사그라들었고, 총선 등 정치일정에 인기없고 고통스런 각종 개혁과 구조조정을 위한 시책들이 밀리게 되었다. 또 다시 정치가 경제를 국정운영의 뒷자리로 밀어낸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 와서 놀라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남북한 관계 또한 경제 구조조정에 집중돼야 할 국가에너지를 분산시키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사태 진전을 소상히 파악하고 있는 국제투자자들과 금융인들이 한국경제에 대한 새로운 불안감을 갖게 될 것은 충분히 예상되는 일 아닌가. 이와 관련해 현재 우리 증권시장에 상장된 주식시가 총액의 거의 3분의 1이 외국인 소유라는 사실과 우리 금융시장이 어느 때보다 국제금융시장에 깊게 통합돼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현재 불안한 우리 경제를 풀어나가는 실마리는 우선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리경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데서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외부의 악제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국정 운영의 우선 순위를 바로잡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경제를 살려야 나라가 살고, 북한경제의 회생과 궁극적인 통일에 소요될 막대한 재원조달도 가능할 것 아닌가.

▼국제금융시장 신뢰 회복해야▼

정부의 새로운 정책의지를 바탕으로 개별기업 및 개별금융기관 구조조정 일정 등이 제시된 우리 경제전반에 걸친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구조조정 실천방안이 하루속히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경제정책의 수립·조정·집행에 관한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이 주어진 실세 경제총수 가 국제 금융인들에 대한 설득에 나서야 한다. 정쟁만을 일삼고 있는 정치권도 경제우선 국정운영에 앞장서야 한다. 경제 구조조정에 필요한 법의 제정과 개정을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고심하는 모습을 국제사회에 하루 속히 비춰줘야 한다. 아울러 우리 국민 모두가 미래지향적인 경제 구조조정 방안의 차질없는 실천에 동참해야 한다.

사공일(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