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고교장추천 입학시험 지필고사 문제]

  • 입력 2000년 9월 23일 19시 19분


△법대 △인문대  △사회대, 경영대, 사범대  △자연대, 공대  △자연대, 농생명대, 생활대 자연계, 약대  △간호대, 농생명대, 생활대 인문계  △간호대, 공대, 생활대 공통, 약대

 

◇답안작성 요령

1.제목을 쓰지말것 2. 자신의 신원을 드러내는 표현을 쓰지 말것 3.한편의 완결된 글로 쓸 것 4. 어문 규정과 원고지 작성법에 따를것

▼법대▼

우리의 삶에서 불의(不義)를 없애고 정의(正義)를 실현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아래의 제시문을 읽고 문제에 답하라.

〈제시문〉

정당한 자유와 권리를 주장하거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불의한 공격에 대해 투쟁하는 것은 권리자의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무일 뿐 아니라 공동체에 대한 의무이기도 하다. 정당한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것에 대한 방어는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법을 침해하는 것에 대한 방어이고, 그런 법에 의해 보호되는 공동체의 질서를 침해하는 불의에 대한 방어이기도 하다.

불의(不義)가 정의(正義)를 제자리에서 밀어냈을 때, 불의를 행한 것 그 자체를 먼저 탓할 것이 아니라, 이런 불의한 행위를 보고도 이를 감수하는 것을 먼저 탓할 일이다. 만일 “어떤 불의도 행하지 말라”라는 명제와 “어떠한 불의도 감수하지 말라”라는 명제 중에서 그 실천적인 의미에 따라 서열을 정하라면 나는 “어떠한 불의도 감수하지 말라”는 것이 첫 번째이고, “어떠한 불의도 행하지 말라”는 것이 그 다음이라고 말하고 싶다.

〈문 제〉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어떠한 불의도 행하지 말라”라는 명제보다 “어떠한 불의도 감수하지 말라”라는 명제를 우선해야 한다는 필자의 견해에 대하여 구체적인 예를 들어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라.  위로가기

▼인문대▼

〈문제 1〉 아래 제시문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여 물음에 답하라.

〈제시문 1〉

[1] 독서(讀書)란 남이 지은 책을 읽는 것이다. 왜 남이 지은 책을 읽느냐 하면 책이란 저자의 지식과 감정과 생활과 의욕의 정수를 토로해 놓은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읽는 것은 즐겁기도 하고, 지식과 교양을 넓히고 높이는 까닭도 되며, 또는 실생활의 도움도 되기 때문이다. 사람이란 누구나 일정한 교육의 기초 위에서 자기 자신의 체험을 살려가면서 자기의 길을 헤쳐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한 사람이 받을 수 있는 교육과 얻을 수 있는 체험은 한(限)이 있는 것이므로 이 곳에 독서의 필요가 일어나는 것이다. 책! 그 속에는 인류가 수 천년 동안을 두고 쌓아 온 사색과 체험과 연구와 관찰의 기록이 백화점 진열대 위의 상품처럼 전시되어 있는 것이다. 이 이상의 성대한 구경거리, 이 이상의 보고(寶庫), 이 이상의 위대한 교사가 어디 있는가. 책만 펴놓으면 우리는 수 천년 전의 대 천재와도 흉금을 터놓고 마음대로 토론할 수 있으며, 해륙(海陸) 수 만리를 격한 먼 곳에 있는 대 학자의 학설을 여비도 학비도 들일 것 없이 집에 앉은 채로 자유로 듣고 배울 수 있는 것이다.

[2] 물론 그렇다고 독서에만 너무 의뢰하여 자기 자신의 사색과 체험과 관찰을 가볍고 소홀히 함은 금물이다. 아무리 훌륭한 책이라도 그것은 결국은 남의 것이요 내 것이 아니며, 그 때의 것이요 지금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속에 쓰여진 것을 덮어놓고 그대로 믿고 그대로 행하기만 하면 족한 것은 아니다. 바르게 책을 읽는 법은 이러한 독서 만능주의에 있는 것이 아니다. 책에 쓰여진 바를 혹은 취사 선택하며 혹은 참고를 삼으며 혹은 나의 판단이나 행동에 대한 계기(契機)를 삼아서, 나의 생활을 풍부히 하고 윤택하게 하고 나의 행동을 의미 있게 하고 바르게 하는 것이다. 책에만 의뢰하여 책에 쓰여진 것이면 고만이라는 맹목적 독서는 ① 독서의 사도(邪道)요 정도(正道)가 아니다. ② 남의 책을 읽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서야 한다. ‘나’ 없는 독서, ‘나’를 무시하는 독서는 아무리 많이 하여도 도로(徒勞)일 뿐이며, 나아가서는 편협하거나 세태에 어두운 인간을 만들기 첩경이다.

[3] 그러나 그 반대로 ‘나’를 과대 평가하여 독서를 경시함이 천부당 만부당함은 말할 것도 없다. 세상에는 흔히 누구에게나 벌써 옛날에 널리 상식화되어 있는 사실을 가지고 무지 때문에 쓸데없이 고뇌하고 흥분하고 감격하고 분개하고 얼토당토 않은 독단에 빠져서 자기를 해치고 남에게까지 누(累)를 미치는 사람이 있음을 본다. 이런 사람을 볼 때처럼 딱한 일은 없다. 그런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나의 말을 도리어 우습게 알 사람이 있을는지 모르나, 좀 과장해 말하면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불화와 싸움은 알고 보면 이러한 무지에서 나오는 것이 태반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허심탄회하게 단 한 권의 책자만 읽었으면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를 가지고, 그만 수고를 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미로(迷路)에서 헤매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에게는 무엇보다도 먼저 권해야 할 것이 독서다. 공자같은 현명한 분도 “내가 일찍이 온종일 먹지 않고, 밤이 새도록 자지 않고 생각하였으나 유익한 것이 없는지라 배우는 것만 같지 못하도다(吾嘗終日不食하고 終夜不寢하여 以思하니 無益이라 不如學也라).”고 말씀하였거늘 하물며 범인에 있어서랴. 독서를 경시하는 무지(無知) 만용배(蠻勇輩)처럼 유해하고 또 위험한 것은 없다.

* 답안지에 물음의 번호를 쓰고 답하라.

[물음 1] 이 글의 주제를 10자(띄어쓰기 포함) 이내로 답하라.

[물음 2] 밑줄친 ①에서 ”독서의 정도(正道)”란 어떤 것인지를 150자(띄어쓰기 포함) 이내로 알기 쉽게 설명하라.

[물음 3] 밑줄친 ② ”남의 책을 읽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서야 한다.”는 말을 100자(띄어쓰기 포함) 이내로 알기 쉽게 설명하라.

[물음 4] 이 글의 내용을 300자 이상 500자(띄어쓰기 포함) 이내로 요약하라.

〈문 제 2〉 제시문은 토끼의 생각과 행동이 몇 개의 단계를 거치면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을 토끼의 체험으로 볼 때, 우리가 직접 혹은 간접으로 겪었거나 겪을 수 있는 체험 가운데 토끼의 체험에 대응되는 하나의 체험을 찾아 아래 조건에 유의하여 한 편의 글로 표현하라.

<조건 1> 표현된 글은 처음과 끝이 있는 한 편의 완결된 이야기가 되도록 할 것.

<조건 2> 이야기의 주인공의 생각과 행동의 변화과정이 토끼의 그것과 같이 단계적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할 것.

〈제시문 2〉

한 옛날 깊고 깊은 산 속에 굴이 하나 있었습니다. 토끼 한 마리 살고 있는 그것은 일곱 가지 색으로 꾸며진 꽃 같은 집이었습니다. 토끼는 그 벽이 흰 대리석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나갈 구멍이라고는 없이 얼마나 깊은 지도 모르게 땅속 깊이에 쿡, 박혀든 그 속으로 바위들이 어떻게 그리 묘하게 엇갈렸는지 용하게 한 줄로 틈이 뚫려져 거기로 흘러든 가느다란 햇살이 마치 「프리즘」을 통과한 것처럼 방안에다 찬란한 「스펙트럼」의 여울을 쳐 놓았던 것입니다. 도무지 불행이라는 것을 모르고 자랐습니다. 일곱 가지 고운 무지개 색밖에 거기에는 없었으니까요.

그러던 그가 그 일곱 가지 고운 빛이 실은 천장 가까이에 있는 창문 같은 데로 흘러든 것이라는 것을 겨우 깨닫기는 자기도 모르게 어딘지 몸이 간지러워지는 것 같으면서 그저 까닭 모르게 무엇이 그립고 아쉬워만지는 시절에 들어서였습니다. 말하자면 이 깊은 땅 속에도 사춘기(思春期)는 찾아온 것이었고, 밖으로 향했던 그의 마음이 내면으로 돌이켜진 것입니다. 그는 생각하였습니다.

「이렇게 고운 빛을 흘러들게 하는 저 바깥세계는 얼마나 아름다운 곳일까…….」

이를테면 그것은 하나의 개안(開眼)이라고 할까. 혁명(革命)이었습니다. 이때까지 그렇게 탐스럽고 아름답게 보이던 그 돌집이 그로부터 갑자기 보잘것없는 것으로 비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에덴」동산에는 올빼미가 울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보아도 바깥세계로 나갈 구멍은 역시 없었습니다. 두드려도 보고 울면서 몸으로 떠밀어도 보았으나 끄떡도 하지 않는 돌바위였습니다. 차디찬 감옥(監獄)의 벽이었습니다. 갇혀 있는 자기의 위치를 깨달아야 했을 뿐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서 이런 곳에서 살게 되었던가?

모릅니다. 그런 까다로운 문제는 생각해본 적도 없었습니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생각해 보아도 일곱 가지 색밖에 떠오르는 것이 없었습니다. 일곱 가지 색으로 엉클어지는 기억 저쪽에 무엇이 무한(無限)한 무슨 느낌을 주는 무슨 세계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그것은 지금 눈망울에 그리고 있는 바깥세계를 두고 그렇게 느껴지게 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나면서부터 이 곳에서 산 것이 아닌 것만은 사실이다.」

그는 결국 이렇게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야 바깥세계가 있다는 것이 확실해지는 것이기도 하였습니다.

「나는 바깥세계에서 들어온 것만은 사실이다. 저 빛이 저렇게 흘러드는 것처럼…….」

이렇게 그 날도 한숨 섞인 새김질을 되풀이하던 그의 귀가 무심결에 쭈뼛, 놀란 것처럼 고추선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생일날의 일입니다. 생일날도 반가운 것이 없어, 멍하니 이제는 나갈 구멍 찾는 생각도 말고 그저 창을 쳐다보고 있던 그였습니다. 그렇게 축 늘어졌던 그의 기다란 귀는 한번 놀라 쭉, 고추서선 도로 내려올 줄 몰라 했습니다.

떨리는 가슴을 누르면서 조심스럽게 그는 일어섭니다. 발소리를 훔치면서 창 아래로 다가섰습니다. 발돋움을 하면서 그리로 손을 가져가 봅니다.

닿이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썩 내밀어 봅니다. 그래도 닿이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그의 가슴은 방안이 떠나갈 듯한 고동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이상했던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손을 다시 그 창으로 가져가면서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그만 소리도 못 지르고 소스라쳤습니다.

몇 날 몇 밤 그는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그렇게 심한 열이었습니다. 생일날 그의 머리에 떠오른 생각은 그렇게 무거운 것이었습니다. 그는 그 창으로 나갈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던 것입니다. 이 얼마나 기상천외(奇想天外)의 착안(着眼)을 끝내 해낸 것입니까.

거기로 흘러드는 빛이 없이는 이 무지개색의 집도 저 바깥세계가 있다는 것도 생각할 수 없는 어떻게 보면 암벽(岩壁)보다 더 철석같아서 오히려 무(無)처럼 보이는 그 창구멍으로 기어나갈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마침내 해냈다는 것은 저 지상에 살고 있는 토끼들이 공기를 마시지 않고는 한시도 살 수 없으면서 그 공기의 존재를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에 비하여 이 얼마나 놀라운 발견, 발견이라기보다 발명을 해낸 것입니까.

그러나 그것은 그에 못지 않게 위험한 사상이었습니다. 손만 가져갔어도 세계는 꺼져 버리지 않았습니까.

열은 물러갔습니다. 그는 창으로 기어나가기 시작하였습니다.

가다가 넓어진 데도 있었지만 벌레처럼 뱃가죽으로 기면서 비비고 나가야 했습니다. 살은 터지고 흰토끼는 빨갛게 피투성이였습니다. 그 모양을 멀리서 보면 마치 숨통을 꾸룩꾸룩 기어오르는 각혈 같았을 것입니다.

뒤로 덮어드는 암흑에 쫓기는 셈이었습니다. 몇 번 도로 돌아가려고 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라는 것은 이제는 되돌아가는 길이 앞으로 나아가는 길보다 더 멀어지고 그러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수록 앞길 또한 멀어만 지는 것 같이 느껴질 때입니다. 그는 지금 한 걸음이라도 앞선 거북은 「아킬레스」의 날랜 다리를 가지고도 끝끝내 앞지를 수 없다는 궤변(詭辯)의 세계에 빠져든 것입니다. 그것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꾸만 빠져드는 길이었습니다. 얼마나 그렇게 기었는지 자기도 모릅니다. 그는 움직임을 멈추었습니다. 귀가 간지러워진 것입니다. 소리를 들은 것입니다. 새 우는 소리였습니다. 소리라는 것을 처음 들어본 것입니다. 밀려 오르는 환희와 함께 낡은 껍질이 벗겨져 나가는 몸떨림을 느꼈습니다. 피곤과 절망에서 온 둔화(鈍化)는 뒤로 물러서고 새 피가 혈관을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은 그렇게 뛰는데 그의 발은 앞으로 움직여지지 않아 합니다. 바깥세계는 이때까지 생각한 것처럼 그저 좋기만 한 곳 같지 않아지게도 생각되는 것이었습니다. 훗날 그때 도로 돌아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얼마나 후회를 했는지 모릅니다마는 그러나 그때 누가 있어 「도로 돌아가거라」 했다면 그는 본능적으로 「자유 아니면 죽음을!」하는 감상적(感傷的) 「포즈」를 해 보였을 것입니다.

마지막「코스」를 기어나갔습니다. 드디어 마지막 관문에 다다랐습니다.

이제 저 바위틈으로 얼굴을 내밀면 그 일곱 가지 색 속에 소리의 「리듬」이 춤추는 흥겨운 바깥세계는 그에게 그 현란한 「파노라마」를 펼쳐 보이는 것입니다. 전율하는 생명의 고동에 온 몸을 맡기면서 그는 가다듬었던 목을 바위틈 사이로 쑥 내밀며 최초의 일별을 바깥세계로 던졌습니다. 그 순간이었습니다.

쿡! 십 년을 두고 벼르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처럼 홍두깨가 눈알을 찌르는 것 같은 충격이었습니다. 그만 그 자리에 쓰러졌습니다.

얼마 후, 정신을 돌린 그 토끼의 눈망울에는 이미 아무 것도 비쳐드는 것이 없었습니다. 소경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일곱 가지 색으로 살아온 그의 눈은 자연의 태양광선을 감당해 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위로가기

▼사회대, 경영대, 사범대▼

〈문 제〉 제시문과 관련하여, 철수는 “공유지의 비극은 기본적으로 각 농가의 시민의식이 미흡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며,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의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영희는 “공유지의 비극은 기본적으로 개인간의 관계를 적절히 조율할 수 있는 제도가 미흡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며,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두 사람의 상반된 주장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라.

〈제시문〉

어떤 마을에 일정한 크기의 목초지가 있고, 이 목초지는 마을의 모든 농가에게 가축을 방목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는 공유지라고 가정하자. 이때 각 농가는 자신의 가축을 이 공유지에서 가능한 한 많이 키우려 할 것이다. 각 농가의 이러한 시도는 공유지가 가축들로 붐비기 이전까지는 크게 문제시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공유지가 각 농가의 가축들로 붐비기 시작할 때 각 농가는 공유지의 목초가 자신과 다른 농가의 모든 가축들을 기르기에 충분한가에 대하여 걱정해야만 한다. 그렇지만 실제로 개인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각 농가는 공유지의 가축 수용능력을 걱정하기보다는 공유지에서 방목하는 자신의 가축 수를 늘리는 일에 골몰하게 되고 이에 따라 마을의 모든 농가가 손해를 보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왜 각 농가는 이러한 문제상황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가축을 공유지에 추가적으로 투입하는 일을 그치지 않게 되는가? 이 마을의 각 농가가 공유지에서 자신의 가축을 추가적으로 방목할 것인가의 여부를 고려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각 농가는 공유지에 자신의 가축을 추가적으로 방목하는 데 따라 생기는 기대수익과 기대비용을 비교하여 수익이 비용보다 많을 것으로 판단되면 추가적으로 방목할 것을 결정할 것이고, 반대로 기대비용이 기대수익을 초과할 것으로 판단되면 추가적인 방목을 포기할 것이다. 이 경우, 각 농가의 기대수익은 각 농가가 추가적으로 공유지에 투입한 가축을 길러 팔거나 그로부터 생산되는 우유를 판매한 대금이 될 것이며 그 크기는 100만원이라고 가정하자.

한편 각 농가의 기대비용은 가축의 추가방목 이후 목초의 부족으로 인하여 비롯되는 가축의 발육부전 등을 금액으로 환산한 것이 될 것이며 이의 크기를 수익의 크기와 같은 100만원으로 보자. 만일 각 농가가 부담하는 비용의 크기가 100만원 이상이면 각 농가는 공유지에서의 추가적인 방목을 포기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추가방목에 따른 수익은 각 농가가 혼자 차지하지만 비용은 다른 농가와 함께 부담하게 되므로 각 농가가 실제로 부담해야하는 비용은 기대수익의 크기인 100만원에 훨씬 못 미치게 될 것이다.

즉, 각 농가의 기대수익이 기대비용을 초과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각 농가는 이러한 판단에 기초하여 추가적인 방목을 시도하게 될 것이며 이에 따라 유한한 공유지에서 각 농가의 추가방목 경쟁이 벌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이 계속될 때, 공유지는 필연적으로 어느 농가의 가축도 기를 수 없는 황무지로 변하고 만다. 개인이익만의 추구가 모두의 이익을 저해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가리켜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commons)”이라고 부른다.  위로가기

▼자연대, 공대▼

〈문 제〉 복사 에너지 흐름에 대한 간단한 모델을 이용하여 ‘온실 효과’를 이해해 볼 수 있다. 아래 제시문을 읽고 거기에 제시된 내용과 자료를 근거로 하여, 다음 문항들에 대하여 답하라.

1) 제시문의 모델을 분석하여 지구의 온실 효과의 핵심 원리를 정리하라.

2) 제시문의 모델은 아주 단순하게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실제 상황을 정확히 기술하는데 많은 문제가 있다. 제시문 안에 주어진 참고사항을 고려하여 대기 중의 물분자나 혹은 대기권 상층의 화산재에 대하여 제시문의 모델을 적용하거나 개선할 방안을 제시해 보라.

3) 위의 문항 1)과 2)를 구체적인 주변 상황(예: 여름철 자동차 속이 뜨겁게 데워지는 현상)에 적용하여 설명하라.

〈제시문〉

산업화에 따른 화석연료 사용의 증가로 발생한 이산화탄소로 인하여 지구 표면의 평균 온도가 증가할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예측은 전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왔다. 지구 온난화는 해안도시의 수몰, 기상 이변·재해, 환경변화 등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며, 최근 몇 년 동안 라니뇨 등의 기상 이변을 일으킨 주요 원인일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지난 100년 동안 지구의 온도상승은 0.3℃ ∼ 0.6℃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정도의 온도상승이 화석연료의 사용에 기인한 것이라는 증거는 확실하지 않다.

기후 예측은 그 자체가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나 결과를 정확히 밝혀내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지구의 온도 상승에 기여하는 기본적인 메커니즘은 지구 온도를 결정하는 기본적인 요소들과 그 관계를 기술하는 간단한 모델을 통해서 이해할 수도 있다.

지구의 에너지원은 태양이다. 지구가 받는 태양 복사 에너지의 양을 일사량이라고 한다. 지구 대기권 밖에서 태양 광선의 수직 일사량 S는 약 2 cal/cm2·min이다. 지구가 매일 많은 양의 태양 복사 에너지를 받고 있으면서도 계속 더워지지 않는 이유는 지구 자체도 복사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에서의 에너지 평형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그림1과 같이 간단한 모델을 생각하자. 여기서 대기권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면서 지표면과 우주로 복사 에너지를 방출하고, 태양 복사 에너지 중 일부는 대기권 상층에서 반사되어 다시 우주 공간으로 되돌아간다고 가정한다.

슈테판―볼츠만의 법칙에 따르면 흑체가 방출하는 복사 에너지량은 흑체의 절대온도 T의 4제곱에 비례하여, I 〓 ¤T⁴으로 표시할 수 있다. 대기권 밖에서 관측한 태양 복사 에너지의 파장별 분포는 6000K 인 흑체 복사의 분포와 거의 일치한다. 따라서, 태양의 표면 온도는 약 6000K임을 알 수 있으며, 태양 복사 에너지는 약 0.5μm의 파장에서 최대 에너지를 갖는다. (그림2 참조) 한편 태양 복사 에너지를 받아 따뜻해진 대기나 지표면도 복사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는데, 지구 표면의 평균 온도가 약 288K(15℃)로서 최대 에너지를 방출하는 파장은 약 10μm이다.

태양과 지구의 복사 에너지는 파장별 분포에 있어서 크게 다르기 때문에 그림2에서와 같이 대기권의 에너지 흡수율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해서 대기권이 태양 빛을 잘 통과시키지만, 지구의 복사 에너지는 이산화탄소와 물분자에 많이 흡수된다. 따라서, 지표면에서 복사되는 에너지의 일부는 대기권에 흡수되어서 결국 우주로 방출되는 에너지량은 (1―b)E에 불과하게 된다. 이와 같이 지구 복사 에너지의 흡수가 큰 기체를 ‘온실 가스’라 한다. (그림1에서 온실 가스에 의한 에너지 흡수율을 b로 표시하였다.)

대기권 상층과 지표면에서 흡수한 에너지량과 방출한 에너지량이 같다는 조건에서 다음과 같은 관계를 얻을 수 있다. (그림1에서 대기권의 온도를 TA, 지표면의 온도를 TE로 할 때, 대기권과 지표면의 복사 에너지량은 각각 A〓¤T⁴A, E 〓¤T⁴E으로 쓸 수 있다.)

·대기권 상층 경계면:(1―b) E+A〓(1―a) S/4

·지표면 : E〓A+(1―a) S/4

여기서 지표면에서 방출된 에너지가 대기권에서 전혀 흡수되지 않고 (즉, b〓0) 모두 우주로 다시 방출된다고 가정하고 이미 측정되어 있는 대기권의 반사율 값 α〓0.3을 적용한다면, 지표면의 평형 온도 TE는 약 255K(―18℃)로 구해진다. 그런데 이 값은 실제 관측되고 있는 지표면의 평균 온도 288K 보다 매우 낮다. 왜냐하면 지표면에서 복사된 에너지가 직접 우주 공간으로 모두 다 방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참고사항】

·물분자는 이산화탄소와 마찬가지로 지구 복사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시된 모델에서는 물분자에 의한 온실 효과가 제대로 고찰되지 않았다. 물은 이산화탄소와는 다르게 대기 중에서 응결하여 구름의 형태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온실 가스와는 다른 작용을 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지구 온난화의 정반대 현상으로 빙하기와 같은 ‘지구 냉각화’가 있다. 거대한 운석의 충돌, 대규모 화산 폭발, 혹은 핵전쟁 등으로 대기권 상층에 화산재나 분진이 많아지는 경우에 ‘핵겨울’이라고 부르는 냉각기가 올 것이라고 예측된 바도 있다.  위로가기

▼자연대, 농생명대, 생활대 자연계, 약대▼

* 자연과학에서 실험을 통해 도출된 결론은, 사용된 실험들이 그 결론 이외의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기에 충분할 때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아래 제시문의 가상적인 상황에서 보듯이, 서로 상반되는 주장이 제기될 수도 있다. 이를테면 수행된 실험들이 설정된 가설을 증명하기에 적절치 못하거나, 실험방법상의 문제점을 간과했거나, 또는 실험결과를 잘못 해석한 경우 등에서 일어날 수 있다.아래 제시문을 읽고 문제에 답하라.

〈제시문〉

생태학자들이 지난 5년간 호수A에 서식하는 물고기들 중 붕어를 포함한 대표적 어종 5종의 개체수의 변화를 조사한 결과, 3년 전부터 조사대상 물고기들의 개체수가 감소해왔음이 밝혀졌다. 추가적인 조사결과 성체 물고기들에게서는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산란에서 수정에 이르는 이들의 생식활동도 정상이었지만, 수정된 물고기의 알들이 제대로 부화하지 못했음이 발견되었다. 이런 추세라면 현재 호수에 서식하는 성체 물고기들의 수명이 다하리라 예상되는 10여 년 후에는 호수 내의 모든 물고기가 사라지리라 예측되었다.

위와 같은 생태학자들의 보고에 접한 환경단체는 3년 전에 호숫가에 세워진 한 공장에서 호수로 배출되는 “X”라는 화학물질을 물고기 알의 부화를 저해하는 물질로 지목하고, 다음과 같은 실험을 수행하였다.

환경단체측의 실험 : “X”에 오염되지 않은 다른 지역의 호수B에서 붕어 한 마리가 낳은 알 300개를 채취하여, 이중 150개에는 아무런 처리를 하지 않고 나머지 150개에는 미세한 주사바늘을 사용하여 생리식염수에 녹인 “X”를 알 속의 최종농도가 10ppm이 되도록 주입한 후 이들을 인공수정시키고 정상적으로 부화하는지를 조사하였다. 조사결과 아무런 처리를 하지 않은 알들은 대부분 정상적으로 부화하였으나, “X”를 주입한 150개의 알들은 대부분 부화하지 않았다.

환경단체측의 결론 : “X”가 호수A에 서식하는 물고기 알의 부화를 저해하는 원인이다.

한편 환경단체의 실험결과를 통보 받은 공장측은 자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실험을 수행하였다.

공장측의 실험 : 호수A 물 속의 “X”농도를 실제 측정하였다. 측정결과 호수A 물 속의 “X”농도는 환경단체의 실험에서 물고기 알에 주입된 10ppm보다 20배나 낮은 0.5ppm임을 밝혔다. 또한 환경단체와 같은 방식으로 같은 장소에서 채취한 붕어알 300개를 인공수정시킨 후, 이들이 “X”의 농도가 0.5ppm인 호수A의 물 속에서 정상적으로 부화하는지를 조사하였다. 조사결과 300개의 알들은 대부분이 정상적으로 부화하였다.

공장측의 결론 : “X”는 호수A에 서식하는 물고기 알의 부화를 저해하는 원인이 아니다.

〈문 제〉 환경단체측과 공장측이 수행한 실험들은 그들의 결론을 증명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양측 실험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실험방법들을 제시하라. 위로가기

▼간호대, 농생명대, 생활대 인문계▼

〈문 제〉인간이 이 세계의 중심이자 가장 고귀한 존재이며, 만물을 지배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견해를 인간중심주의라고 한다. 이 같은 인간중심주의가 인간의 자연정복사상을 태어나게 하였다. 그러나 이 같은 세계관에 대하여 찬반의 관점이 있을 수 있다. 다음 제시문은 19세기 러시아의 어느 시인이 쓴 <자연>이라는 제목의 산문시이다. 이 시를 읽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인의 관점에 대하여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라.

〈제시문〉

나는 지하의 거대한 방안으로 들어가는 꿈을 꾸었다. 천장이 높은 이 방안에는 역시 지하에 어울리는 고른 빛이 사방에 넘쳐흘렀다.

방 한복판에 파장무늬의 초록빛 옷을 입은 여인이 근엄한 표정을 하고 앉아 있었다. 그녀는 한 손에 머리를 괴고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나는 첫 눈에 이 여인이 다름 아닌 ‘자연’이란 것을 알아차렸다. ― 그러자 경건한 공포심이 나의 마음 속 깊이까지 싸늘하게 스며들었다.

나는 그 여인 쪽으로 다가가서 공손히 절을 했다.

“오오, 우리 사해동포의 어머니시여!”

하고 나는 힘주어 말했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십니까? 혹시 인류의 미래의 운명에 대하여 생각하고 계시는 것은 아닙니까? 어떻게 하면 인류를 완성과 행복의 지경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까 생각하시는 건 아닙니까?”

여인은 그 시꺼멓고 무서운 눈을 천천히 나에게로 돌렸다. 그 입술이 움직이는가 했더니, 무쇠 소리 같은 커다란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나는 어떻게 하면 벼룩의 다리 근육을 더 튼튼히 할 수는 없을까 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는 거다. 자신의 적으로부터 좀더 수월히 목숨을 구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이젠 공방(攻防)의 균형이 깨지고 말았거든…… 다시 그 전대로 고쳐 놓아야 해.”

“뭐라고요?” 나는 망설이듯 더듬더듬 대답했다. “아니 그런 걸 다 생각하십니까? 그렇지만 우리 인류는 당신의 사랑하는 자식들이 아닙니까?”

여인은 슬며시 눈살을 찌푸렸다.

“이 세상의 창조물은 모두가 내 자식들이야.” 하고 그녀는 말했다. “나는 똑같이 그들의 시중을 들어주고 ― 또 똑같이 그들을 멸망시킬 뿐이지.”

“ 그렇다면 선은…… 이성은…… 정의는…… ”

하고 나는 다시 망설이며 말했다.

“그건 인간들이 하는 말이지.” 무쇠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선도 악도 몰라. 이성이라는 것도 나하고는 인연이 멀고 ― 게다가 그 정의라는 것은 또 뭔가? 나는 너희들에게 생명을 주었어. ― 나는 그걸 거둬들여 다른 생명체에 주는 거야. 지렁이에게 주든 인간에게 주든…… 내겐 마찬가지란 말이야…… 그러니 너희들은 너희들대로 자기자신이나 지키도록 해…… 내 일을 방해하지 말고.”

나는 뭐라고 대꾸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 때 주위의 대지가 요란하게 진동했으므로……나도 잠을 깼다. 위로가기

▼간호대, 공대, 생활대 공통, 약대▼

〈문 제〉 과학의 발전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현상 또는 물질이 발견·창조되고 새로운 개념과 이론이 정립되는 과정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과학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자체교정 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기존의 지식과 이론체계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과학적 발견의 진위와 타당성을 검증함으로써 참된 발견과 오류 또는 잘못된 해석에 근거한 헛된 주장들을 가려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래 제시문에는 이러한 검증과정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고 왜곡되는 경우들이 소개되어 있다. 제시문에서 말하는 ‘병적인 과학’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과학적 발견을 검증하는 올바른 방법과 연관하여 논술하라.

〈제시문〉

과학의 발견 중에는 그 당시의 지식과 개념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새로운 물질이나 현상에 대한 것들이 있다. 이러한 발견들은 그 분야의 과학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며 사회적으로도 큰 파급효과를 가질 수 있다. 기본이론과 모순되는 현상들이 누적되는 경우에는 토마스 쿤이 지적한 대로 과학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오게 되는 과학혁명이 일어나게 된다. 20세기초의 양자역학의 대두는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기존의 과학지식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새로운 발견에 대한 주장이 잘못된 것으로 판명되기도 한다. 노벨상 수상자였던 어빙 랭뮤어는 1953년의 강연에서 궁극적으로는 거짓으로 밝혀진 놀라운 과학발견의 주장들 중 많은 것들을 “존재하지 않는 것들의 과학”이라고 하여 ‘병적인 과학(pathological science)’이라 부를 수 있으며, 과학의 객관성과 합리성의 상실의 결과로 나타나는 ‘병적인 과학’들은 공통적인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창조적인 과학탐구가 ‘병적인 과학’의 길로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이러한 특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병적인 과학’은 과학의 모습으로 위장한 미신 등에 근거한 유사과학이나 남을 속일 목적으로 행해지는 가짜과학 행위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상 현상에 대한 검증과 해석과정이 지나치게 주관적인 편견의 영향을 받게 되면 정상적인 과학탐구가 왜곡될 수 있다. 특히 과학과 사회전반에 미치게 될 엄청난 파장과 과학자 개인에게 돌아올 영예 등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때 자기기만에 의해 있지도 않은 현상을 과장되게 해석하고 전파하게 된다. ‘병적인 과학’의 영향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경우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여 과학발전의 저해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과학의 역사 중에는 ‘병적인 과학’으로 구별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예를 찾아볼 수 있다.

(1) X―선이 발견된 직후인 1903년에 프랑스의 한 저명한 과학자는 가열된 금속선 등에서 방출되며 알루미늄은 통과하지만 철은 통과하지 못하는 새로운 형태의 빛을 발견하였다고 주장하였다. N―선이라고 명명된 이 빛은 그 세기가 매우 약해서 어두운 방에서 아주 숙련된 실험자에 의해서만 관찰될 수 있었다. N―선의 측정에 성공한 사람들은 그 존재를 매우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N―선은 벽돌과 같은 물질에 저장될 수 있으며, 이 때 저장물질에서 나오는 N―선은 광원인 벽돌의 개수를 증가시켜도 그 세기가 변화하지 않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기본적인 물리법칙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이러한 실험결과들이 비판을 받게되자, N―선의 특성만을 다루는 별도의 이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그 존재를 확인한 실험이 관찰자의 주관적인 판단, 즉 착시현상에 의한 것임이 밝혀진 후, 소수의 주창자들에 의해서 어느 정도 지속되기는 하였으나, N―선에 대한 논의와 관심은 없어지게 되었다.

(2) 1960년대에 러시아의 과학자들에 의해서 지금까지 알려진 물의 성질과는 아주 다른 특이한 성질을 나타내는 긴 사슬구조의 ‘고분자 물(polywater)’의 발견이 보고되었다. 물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것들 중에서 생명체의 존재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물질이기 때문에, ‘고분자 물’이 생체에 미칠 수 있는 새로운 효과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이들이 얻은 새로운 형태의 ‘고분자 물’은 그 양이 매우 적어서 실험에 의하여 그 특성을 알아내기가 매우 어려웠다. 모든 실험에서 항상 ‘고분자 물’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30∼40%정도의 경우에만 나타났으며 매우 특별한 실험조건과 아주 조심스러운 실험자의 능력이 요구되는 것으로 주장되었다. ‘고분자 물’의 존재를 설명하기 위하여 이론화학자들은 그때까지 알려진 개념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화학결합이 가능하다는 가정을 해야만 했으며, 기존의 열역학의 원리에 위배된다는 사실을 간과하였다. 똑같은 실험결과를 얻지 못한 것은 엄밀한 실험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탓으로 돌려지고, 기본적인 가정의 타당성을 검증할 수 있는 실험의 부재에 대한 지적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무시되었다. 독립적인 실험들을 통하여 이 모든 현상들이 불순물의 영향 때문이었다는 것이 명확히 밝혀진 후에야, ‘고분자 물’에 대한 관심은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3) 1980년대 후반에 생명과학분야의 과학자들이 항체를 포함한 수용액을 계속적으로 묽게 하여도 생리활성이 유지되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항체분자가 단 하나도 존재할 수 없는 조건이 되어도 여전히 생리활성이 남아 있는 놀라운 결과를 설명하기 위하여 용매인 물의 구조 속에 항체의 모습이 기억된다는 이상한 이론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개념은 사실로 판명되면 의약품의 효능과 관련하여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었다. 몇 명의 전문가들은 실제 실험과정을 조사한 후 통계적으로 잘 조절되지 못한 상태에서 행해진 일련의 실험들에 근거를 두고 있는 연구결과의 문제점을 지적하였고, 이 발견의 신뢰성은 큰 타격을 받게 되었다. 이들의 연구는 사기행위에 의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초기에 관찰된 현상과 그에 근거한 가설을 고집하면서 부정적인 결과들을 무시하거나 마음대로 재해석함으로써 저지른 오류라고 할 수 있다. 위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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