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포럼]마거릿 드래블 "돈을 위한 글쓰기에 잘못은 없다"

  • 입력 2000년 9월 27일 18시 32분


영어의 전지구적인 우월성은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끼친다. 영어는 인테넷의 언어이고 금융 언어이며, 우주전쟁과 사이버 스페이스의 언어다. 언어란 시인 콜리지가 말했듯, 정복과 관계가 있다. ‘언어는 인간 정신의 무기고이며, 과거의 전리품과 미래 정복을 위한 무기를 동시에 포함한다’고 그는 썼다.

침략자로서의 언어, 정복자로서의 언어가 최근 들어 문학의 의식적인 주제가 되고 있다. 현 시점에서 글을 쓰는 창조적인 작가는 거의 필연적으로 역사, 언어, 인종, 그리고 문화적 전유에 대한 탈식민주의적인 토론의 조건들을 의식하고 있다. V S 나이폴과 샐먼 루시디 등 영어와 유럽의 다른 언어로 글을 쓰는 일부 작가들에게 이것은 바로 작품소재가 되고 있다. 식민지였던 제국이 새로운 무기와 새로운 목소리, 새로운 주제로 반격해 온 것이다.

탈식민주의 연구는 여러가지 면에서 창조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글쓰기에 영향을 끼쳤다. 20세기 후반 가장 중요한 영문학 주제의 하나는 노예제도에 관한 것이었다. 이미 18세기와 19세기초에 노예폐지론자들이 상당한 양의 문학작품을 생산한 바 있는 ‘노예제도’의 소재가 다시 살아난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과거에 대한 관심사가 아니라 과거가 현재를 활성화시킨 것이다.

19세기 중반 소설 ‘제인 에어’로 성공을 거둔 영국 소설가 샬롯 브론테는 (해리언 비처 스토의 ‘톰아저씨의 오두막집’의 성공을 언급하며) 남들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쓸 권리를 주장했다. 브론테는 동료 작가들에게더 문학적 유행에 굴종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우리는 제국주의적 또는 식민주의적인 선배들보다 도덕적 임무와 상업적인 투기를 구분하는 법을 훨씬 잘 배워야 한다. 돈을 위해서 글을 쓰는 것에 잘못된 점은 없다. 그러나 이 경우, 핑계를 대서는 절대로 안된다.

▲마거릿 드래블은 누구?

영국의 대표적 여성 작가 중 한 사람. 1939년 영국 셰필드 출생. 케임브리지대에서 영문학 전공. 로열세익스피어극단에서 배우 겸 극작가로 활동 중. ‘여름 새장’ ‘폭포’ 등 13편의 소설을 출간했다. 아동정신병 지원기금이나 캄보디아 구호기금 모금 등 사회활동도 벌이고 있다.

<정리〓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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