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현대증권 투자클리닉 김지민원장

  • 입력 2000년 10월 2일 18시 56분


“사람은 주식투자에 관한 한 1급 심리장애인입니다. 벌면 이게 웬 공짜냐 싶어 급히 팔고, 깨지면 본전 기다리다 반토막 납니다. 주식투자는 도 닦는 마음으로 해야 이익을 봅니다.”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현대증권 투자클리닉 사무실. 30여명의 투자자들이 김지민(金智敏·41)원장의 말 한마디를 놓칠세라 귀를 세우고 있었다.

‘주식투자는 고스톱’이라는 그의 말에 장내에 웃음이 번졌다. 4월 문을 연 투자클리닉에 9월말 현재 다녀간 사람은 7000여명. 주식투자 실패자도 환자처럼 치료받아야 한다는 뜻에서 ‘클리닉’이라고 이름붙였다.

기자와 마주 앉은 김원장은 방금 세 시간의 열강에도 지치지 않은 듯 속사포로 말을 쏟아냈다.

“많은 전문가들이 개미투자자들을 호도하길래 독립운동하는 심정으로 강의한다”는 그에게 주식투자의 본질부터 물었다. “주식은 도박이다. 고스톱판에서 돈 따는 게 내 능력인가. 남이 무슨 패를 들고 있느냐, 바닥에 무슨 패가 깔리느냐가 중요하다. 피박 안 쓰고 살아 남으면 ‘쓰리고’는 반드시 온다.”

그는 이런 식으로 주식투자는 철저히 ‘심리전’이라고 강조한다. “1만원 주고 사서 1만2000원 되면 기분은 좋지만 그때부터 ‘이 행복이 언제 달아날까’ 번뇌한다. 1만1000원이 돼도 1만2500원에 못 판 게 아깝고 원금 밑으로 내려가면 본전 생각이 나 또 못 판다. 그러다 반토막 나면 아예 포기하는 게 개미투자자다.”

김원장은 흔히 알려진 ‘내릴 때 사고 오를 때 판다’는 원칙과 반대로 ‘오를 때 사고 내릴 때 판다(고점매수 저점매도)’는 역발상 투자기법을 내세운다.

그는 막대그래프가 여럿 그려진 두 장의 데이터를 보여주었다. 우선 첫 번째 유형.

“이 투자자는 원금 3000만원으로 1년반 동안 260번 매매해 81번 벌고 179번 잃었다. 승률 31%다. 제일 크게 번 게 680만원이고 제일 크게 잃은 게 130만원이다. 벌 때 평균주식보유일수는 40일, 잃었을 때는 20일이었다. 손해날 때 빨리 팔고 이익 날 때 오래 들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 결과 9월말 현재 750만원 이익이다.”

다음 투자자는 정반대. “이 사람은 승률이 50%나 되지만 벌 때는 10만∼50만원이고 잃을 때는 300만∼480만원이었다. 벌 때 평균 보유일수는 5일이고 잃을 때는 무려 10개월이다. 그 결과 원금 6000만원 중 3200만원을 잃었다.”

이런 투자자를 그는 ‘주식병 환자’라고 단언했다. 김원장이 분류한 환자 유형은 크게 여섯 가지. 내릴 때 사고 오를 때 파는 추세역행형, 원금의 20% 이상 베팅해 30% 이상 손해보는 원금집착형, 원금의 30% 이상을 한 종목에 투자하는 한탕주의형, 자주 매매하는 매매중독형, 오른다는 확신으로 내릴 때 더 사는 과도집착형, 조금만 벌어도 금방 파는 수익조급형 등.

여기서 김원장의 처방은 상식을 뒤엎는다. “벌려고 하지 말고 잃으려고 하라. 정보에 어두울수록 유리하다. 주가는 기업가치가 아닌 집단심리의 반영이다. 시세표는 하루 한번만 봐라. 증권회사 직원 말은 듣지 마라. 내게 돈 벌어 주는 게 우량주다.”

미국 시카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미국 선물회사에 근무할 때 위험관리론의 권위자 얼 키퍼 교수로부터 이같은 투자원칙을 배웠다고 한다.

김원장은 “주식투자를 레저로 즐기라”고 강조하면서 “요즘 같은 하락장에서는 왜 내가 실패할까에 목을 매지 말고 나의 투자습관에 근본원인이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허문명기자>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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