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릉과 사대부가의 묘에서 망자의 혼을 지키던 문인석과 무인석, 마을의 수호신으로 악귀와 괴질을 막아주던 벅수, 귀여운 모습으로 지나던 나그네의 발길을 붙들던 동자석, 석탑과 부처, 남근석, 각종 생활도구 등 우리 역사와 함께 한 석조유물 1만5000여점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이 박물관의 설립자 천신일 회장(57)은 서울에서 4개 기업체를 운영하는 등 바쁜 생활을 하면서도 틈틈이 이 곳에 와 자신이 모아온 유물들을 살피며 ‘사는 재미’를 느낀다. 국내 처음으로 돌박물관을 만들면서 그는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돌전문가가 됐다.
그가 돌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년 전의 우연한 일 때문이었다. 인사동의 한 골동품상을 찾았다가 일본인이 석물들을 두고 흥정하는 것으로 보고 그는 그 자리에서 27점의 석물들을 모두 사들였다. 그는 “우리 것이 일본으로 빠져나간다고 생각하니 울화통이 치밀었다”고 당시를 회고한다.
“집에 갖다 놓고 자주 보니까 한 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묘한 매력에 빠져들었어.” 급한 성격인 자신이 묵묵부답인 돌과는 전혀 맞지 않을 것 같았는데 본인도 신기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원래 백자와 고서화에 취미가 있었지만 그 후에는 대상이 돌로 바뀌어 전국을 다니며 돌 수집에 나섰다. 도난품을 잘못 구입해 검찰수사를 받기도 하고 가짜 유물을 비싼 돈을 주고 사는 사기도 당했지만 그럴수록 ‘돌 사랑’은 더욱 깊어졌다. 3년 전 만들어진 ‘우리 옛돌 사랑 모임’ 회원이기도 한 그는 요즘도 두 달에 한 번꼴로 돌 유적지를 답사하며 조상의 얼을 느끼고 돌보는 안목도 기른다. 특히 돌박물관에는 단기 4333년을 의미하는 다듬잇돌 4333개로 만든 조형탑, 조선시대 사대부의 묘, 신석기시대와 철기시대의 유물 300여점을 전시한 실내전시관 등이 있어 방문객들의 눈길을 잡는다.
최근에는 조병화 성춘복 이재호 등 3인의 시비가 세워졌으며 서정주 황금찬 김남조 등 유명시인 50인의 육필원고 전시회가 다음달 말까지 열리고 있다.
그는 “내년에는 맷돌로 콩을 갈아 빈대떡을 만드는 체험공간도 만들 계획”이라며 “세계적으로 손색없는 돌 박물관을 만드는 게 남은 생의 목표”라고 말했다.
돌박물관의 유물들을 다 둘러보는데는 1시간30분 가량 소요된다. 개관시간은 오전 9시∼ 오후 6시. 관람료는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031―321―7001, www.oldstonemuseum.com
▽가는 길〓서울에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양지IC에서 나와 우회전한 뒤 500m 가량 가다 양지사거리에서 다시 우회전해서 1km 정도 가면 된다.
<용인〓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