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성사에서 나온 ‘팔십자술(八十自述)―내 한몸 바칠 제단을 찾아서’란 제목의 자서전에서 그는 ‘예수쟁이’ 아버지 밑에서 성장, 함흥성경학교를 다니며 신학도의 길을 걷기 시작해 개신교 원로목사가 된 과정을 담담하게 회고했다.
북청 근처 두메산골에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곤 달랑 성경책 밖에 없어 김매러 밭에 갈 때나 소 몰고 풀 먹일 때도 성경책을 가지고 나가 달달 외우던 일, 겨울철 농한기에 한달동안 평신도에게 성경을 가르쳐 주는 성경학원이 함흥에 생겨 3일간 300리길을 걸어가 공부하면서 그 누구보다 행복해 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이어 일제하 김재준 목사의 조선신학원을 나와 목회자가 되고 해방직후 정동감리교회 장로였던 이승만, 새문안교회 장로였던 김규식, 특정 교회에 속하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기독교 신자로 자처한 김구 등 정치지도자를 화해시켜 보려고 애썼던 일, 54년 10월 새문안교회 경기노회에서 기독교 장로회와 예수교 장로회가 비극적으로 갈라서는 것을 지켜보던 일, 54년 12월 천막교회인 초동교회에 부임해 20여년간 교회를 섬기던 일 등을 진솔하게 기록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