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태로 나가면 법학교육은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국제사회의 규범은 법을 중심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법학교육도 세계적 수준에서 다양성과 전문성을 가진 교육체제로 가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현행 법학교육제도는 사법시험 및 법조제도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는 것이 대단히 어려우며 법학전문대학원 도입도 혁명에 가까운 변화없이 성공할 수 있을까 우려된다. 그러나 살벌한 세계적 무한경쟁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지혜를 모으고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법학전문대학원을 추진함에 있어서 참고가 될까하여 몇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앞으로 신설될 법학전문대학원은 현재와 같이 획일적 프로그램으로 운영돼서는 안되고 각각의 대학원이 특성화 다양화돼야 한다. 각 대학원이 특정분야에서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도록 유도돼야 한다. 미국의 법과대학원 중에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최고 수준이라는 하버드대 법대도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 국제통상법 분야에서는 컬럼비아대 법대에 뒤지고 국제법 분야에서는 예일대 법대에 뒤진다. 심지어 특허법 분야에서의 시골의 작은 대학인 플랭크린 피어스 로센터에도 뒤진다.
국력이 세계 1위인 미국의 법과대학원도 이렇게 특성화의 길을 가면서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90개가 넘는 법학교육기관을 만들고 게다가 획일적인 교육을 하고 있으니, 국력낭비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둘째, 법학전문대학원은 철저하게 연구소 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틀을 짜야 한다. 독일의 경우, 함부르크에 세계적 수준의 막스플랑크 비교법 국제사법 연구소가 있고 뮌헨의 경우 세계 최고 규모의 막스플랑크 지적재산권 연구소가 있다. 뮌헨에는 독일 특허청은 물론 유럽 특허청이 있고 독일연방 특허법원, 독일 변리사회 본부까지 있어서 특허교육, 연구, 사법, 행정, 기술, 산업분야가 서로 밀접하게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
국력이 미국보다 못한 독일은 이런 네트워크를 통해 분야별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국력이 독일보다 못한 우리나라가 꼭 참고해서 국가 경영에 반영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된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고려할 사항이 있지만 우리 국민이 지혜를 모아 대전환기의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지식정보사회의 낙오자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한복룡(충남대 특허법무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