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정서에 맞는 직업이 최고▼
이 두 가지 일은 기준을 정하기가 어렵다. 어린 시절부터 달을 밟아보는 것이 간절한 꿈이었기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우주선 엔지니어로 일하게 됐다는 30대 미국 여성 새년 데이비스의 고백은 직업 선택이 한 인간의 꿈을 실현하는 일과 맞닿아 있음을 시사한다.
취업담당관으로 일하면서 그동안 만난 학생들을 보면 60년대에는 끼니를 해결하거나, 아니면 현실의 권력과 얼마나 가까이 갈 수 있는지가 직업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었다. 70년대에는 회사의 규모, 80년대에는 기술을 배울 수 있는지, 90년대 전반에는 해외에 나갈 기회가 많은지, 90년대 후반에는 한꺼번에 돈을 많이 벌 수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보고 직업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많았다.
채용의 폭이 좁아진 이 가을에 직업 선택의 문제를 어떤 관점에서 풀어가야 할까.
첫째, 자기의 정서(情緖)에 가장 잘 맞는 일을 택하라고 권하고 싶다. 일이 정서적으로 맞지 않으면 그 사람은 평생 일과 친구처럼 지낼 수가 없다. 그런 상황은 일하는 사람에게 정서적인 고통을 안겨줄 뿐이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일을 고역(苦役)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또 현대사회에서도 부분적으로 일은 고역이라고 할 만큼 지루하고 무미건조하며 반복적인 요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선택한 일이 자신의 정서에 잘 맞는다면 다른 사람이 아무리 고역처럼 느끼는 일이라도 짝사랑하는 기분으로 일할 수 있고 그것으로 즐거움도 얻을 수 있다. 처음에는 힘이 들더라도 자기가 마음속으로 평생 짝사랑할 수 있는 알맹이가 내재해 있는 일을 찾아 나서기 바란다.
둘째, 자기의 장점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일을 택하기를 권한다. 사람은 누구나 장점을 몇 가지씩은 갖고 있는 법이다. 장점을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일 속에서 능력을 극대화하고 늦어도 10년 후에는 일에 관한 전문성을 제대로 갖추게 돼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게 되면 한 곳에 계속 머물러도 대우를 제대로 받을 수 있다. 나중에 고용환경이 변해서 직장을 옮겨다니더라도 평생 자신의 일을 가질 수가 있다. 따라서 처음에는 보수가 적고 일이 고생스럽더라도 장점을 계속 극대화하면서 조금씩이라도 전문성을 쌓아갈 수 있는 분야로 진출하는 것이 좋다.
셋째, 진출하려는 직종과 자기가 속하게 될 직장이 추구하는 정신을 깊이 통찰해 의식의 용량(容量)이 크고 건강한 생각을 지닌 사원들로 구성된 직장을 선택하기 바란다. 직장은 물질로 구성돼 있는 것 같지만 그 생명력은 그 직장이 지향하는 정신이라고 본다.
앞으로는 상업조직(기업)과 더불어 시민운동단체와 같은 비(非)상업조직의 일자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상업조직에만 치우친 선택보다는 비상업조직에서도 기회를 찾아보는 것이 한 방법일 것이다. 다만 그 일을 택하면 언젠가는 자기의 인생을 통해 궁극적으로 추구하고 싶었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지를 고려해 보기 바란다.
▼어느나라서도 통하는 직종을 ▼
오직 물질적 이익만을 추구하고, 사회와 사람을 위한 정신적 가치의 실현을 소홀히 하는 직업과 직장은 오랫동안 번영할 수가 없다는 점도 유의하기 바란다. 사원들의 정신 용량이 큰 직업조직은 아이디어가 많고, 변화하는 여건 속에서도 지속적인 혁신을 이뤄나갈 역량을 내부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계속 성장해 나갈 수 있다.
이제 우리의 울타리가 한반도를 뛰어넘어 지구촌으로 확산되고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능력을 키운 뒤 세계 어느 나라의 노동시장에 가서든지 일할 수 있는 직종을 택하는 것도 진취적인 방법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13만5000여 개의 직업 가운데 어느 것이 진정으로 자신에게 적합한 것인지 사회 진출을 앞둔 젊은이들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김농주(연세대 취업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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