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달이’ 이봉주(30·삼성전자)가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놓았다. 시드니올림픽 부진(24위, 2시간17분57초)을 놓고 여기저기서 좋지않은 얘기들이 들려올 때가 가장 힘들었다는 이봉주는 그럴수록 “죽어라 뛰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3일 국제 A급대회인 후쿠오카마라톤에서 준우승하며 당당하게 건재를 과시했다.
후쿠오카 현지에서 이봉주를 만났다.
―올림픽이후 고민을 많이 했다던데….
“혼자 반성을 많이 했다. 그런데 ‘넘어지지도 않았는데 거짓말 하고 있다’는 등 터무니없는 말이 들려올땐 기분이 몹시 상했다. 그동안 온몸을 던져 웬만큼 성적을 냈다고 생각했는데 한번 잘못했다고 나를 이렇게 하는가 싶어 억울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오기가 생겼고 결국 이번 후쿠오카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아직 더 뛸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했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수준에서는 조금만 방심해도 뒤로 처진다. 꾸준히 노력해야만 톱클래스를 유지할 수 있다.”
―국민들의 기대가 큰 데….
“국민들이 바라보는 시선 때문에 부담이 크다.그러나 국민들의 관심은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것을 슬기롭게 이기는 것도 스타가 할 일이다. 노력하겠다.”
―일본에 팬클럽이 결성되는 등 인기가 높다고 들었는데….
“팬클럽 회원이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나 국내 팬들을 포함한 모든 분들의 그 정성스런 응원때문에 아직까지 마라톤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장 힘들 때 생각나는 얼굴은….
“물론 어머니다. 하지만 언제나 내주위를 지켜준 여자친구의 얼굴이 떠오를 때도 있다.”
―결혼을 2002년 봄까지 미룬 이유는….
“올림픽 성적과는 상관이 없다. 아직 내가 할 일이 남았고 우리가 더 좋은 날을 택해서 모든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면서 식을 올렸으면 하는 마음에서 조금 더 늦췄을 뿐이다.”
―마흔까지 뛰겠다고 했다는데….
“92년 도쿄하프마라톤에서 호주의 모네케티선수를 처음봤는데 그 선수가 올 시드니올림픽에서 마흔 나이에도 불구하고 혼신의 노력을 다해 달리는 모습을 보고 감동받았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최근 나이를 먹으면서 레이스 운영에 힘겨움을 많이 느끼고 있어 뭐라 장담할 수 없다.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힘이 닿는데까지 열심히 뛰겠다는 것이다.”
―오인환 감독은 아직 3년정도는 전성기를 유지할 수 있고 세계최고기록에도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
“솔직히 3년은 자신있다. 기록은 깨지라고 있는 것이다.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본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후배들이 내가 뛰는 모습을 보고 조금이라도 배울 것이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앞으로 계획은….
“내년 봄에 풀코스를 한번 뛴 뒤 8월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서 이번에 우승한 후지타 아츠시를 꺾고 금메달을 따내고 싶다.”
<후쿠오카〓양종구기자>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