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17회 법원 행정고시에 합격한데 이어 겹경사를 맞아 다섯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불편한 다리 탓에 겪었던 쓰라린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자신의 뇌리를 스쳤기 때문.
건국대 법학과를 졸업하던 96년 초. 조씨는 대기업을 포함해 4, 5개 기업체에 입사 서류를 내고 면접을 보았다.
“남들보다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조씨는 “다리가 불편한데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겠느냐”는 면접관들의 냉랭한 질문에 애써 용기를 내 대답했다. 하지만 합격통지는 영영 날아들지 않았다.
대학시절 학비를 보태기 위해 학원강사를 했던 그는 기업체 취업은 어렵겠다고 판단하고 친구와 보습학원을 차렸다. 그러던 중 현재 자신과 결혼을 약속한 사이인 국어강사 정현주(鄭鉉珠·29)씨의 권유로 고시공부를 시작했다.
한달 고시원 비용은 89년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고 야채 행상을 하는 어머니 김춘자(金春子·58)씨와 아이스크림 배달을 하는 남동생 조성(趙城·29)씨, 그리고 정씨가 주는 40만원이 전부였다.
조씨는 “판사가 된 뒤 저명한 장애인들로 단체를 만들어 당당하게 장애인들의 권익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충주〓지명훈기자>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