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원군 남이면 척산리 남이파출소 안세준(安世俊·44)소장은 요즘 시간만 나면 지인과 친인척 등에게 전화를 건다.포도장사를 시작한 것이 아니다.
출하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제 때 포도를 팔지 못해 발을 동동구르고 있는 관내 포도재배농 전우중(全遇仲·57)씨를 돕기 위해서다.
안소장이 송응호(宋應鎬·28)순경의 관내 순찰보고를 통해 전씨의 사정을 접한 것은 지난달 20일경.
“전씨가 98년 척산리에 2500평의 밭을 사들여 800여주의 포도나무를 심은 뒤 올해 처음으로 포도(10㎏짜리 1000상자)를 생산했으나 영농경험이 부족한 나머지 출하시기를 놓쳐 도매시장에 내지 못한 채 서리맞은 포도를 밭에 고스란히 쌓아놓고 있다는 보고였어요.”
그는 마침 보고를 받은 그 날 농민시위에 대비하기 위해 관내 기관장협의회가 소집되자 이 자리에서 전씨의 고충을 소개했다.
면장과 농협조합장 등 기관장들은 물론 이들 기관의 직원들이 전씨를 돕겠다고 나섰고 안소장의 친인척들도 포도를 주문했다.전씨는 “정상적인 출하가격에는 약간 못미치지만 그동안 상자당 1만원씩 800여상자를 팔아 두 자녀의 대학 등록금과 농협 대출이자 등 급한 불을 껐다”며 고마워했다.안소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망연자실해 있던 전씨가 화색을 되찾아 기쁠 뿐”이라고 말했다.
<청원〓지명훈기자>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