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포럼]이건영/SOC투자 늘려 불황 넘자

  • 입력 2000년 12월 14일 19시 02분


나라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지고 있다. 산업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거품으로 얼룩진 경제에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이 때문에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투자도 위축되고 건설산업은 빈사 지경에 이르렀다. 사회간접자본은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다. 글자 그대로 산업의 밑천이다.

로마에 가서 2000년 전에 만든 단단한 포장도로나 수도교를 보면 참으로 놀랍다. 든든한 인프라와 화려한 토목사가 서양문명의 튼튼한 기초였음을 느끼게 된다. 이에 비해 우리의 국토개발사는 고작 반세기, 정확히 말하면 40년에 불과하다. 런던에 지하철이 뚫리고 뉴욕 앞 바다에 터널이 개통될 때, 파리에 거대한 하수도망이 건설되고 독일에 아우토반이 등장할 때 서울 거리에는 고작 달구지가 다니고 한강을 나룻배로 건너고 있었다.

▼동남아 경쟁국보다 낮은 수준▼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경제개발의 역사가 크게 확대되고 소득수준도 향상돼 선진국의 문턱에 이르렀다. 그동안 부지런히 도로를 닦고, 항만을 만들고, 댐을 쌓아왔다. 특히 건설분야는 후방 연관효과가 크고 고용효과가 크기 때문에 개발연대에 집중됐던 건설투자는 바로 우리경제 발전의 기초요,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다.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그리고 성장의 결과를 국부의 형태로 축적하기 위해 건설업이 활기를 띠었던 것이다. 그래서 고도성장의 길을 걸어온 우리는 어느 나라보다 건설업 비중이 높았고, 이것이 내수경제의 버팀목이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의 사회간접자본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일반적으로 우리의 사회간접자본 축적도는 선진국의 3분의 1∼5분의 1 수준이며, 동남아 경쟁국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지금도 인프라는 매우 부족하다. 이것이 성장의 벽이다. 그동안 경제성장에 따라 수요는 계속 늘어났지만 시설 공급은 항상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미흡하다.

지금도 전국의 도로 철도 항만 공항 등 모든 시설이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교통체증으로 인한 사회비용만도 한해 18조원이나 된다. 산업계가 치르는 물류비용은 국내총생산의 16.5%나 된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10%에 불과하다. 말하자면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난의 한 모서리에 고물류비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볼 때 더욱 적극적인 사회간접자본 투자정책이 지속돼야 한다.

80년대 후반 우리는 긴축의 명분으로 인프라 투자를 많이 축소했다. 그 결과 90년대 초반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90년대 중반에 활기를 띠었던 사회간접자본 투자는 최근 다시 위축됐다. 지난해 사회간접자본 투자는 국내총생산 대비 2.9%에 불과해 세계은행의 권고치인 5%에도 못미쳤다. 사회간접자본은 장기투자다. 사업추진에도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 다리 하나 놓는 데도 4∼5년이 걸린다. 그리고 완성되면 수십년간 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

미국의 대륙횡단철도는 1869년 마무리됐다. 동서 양쪽에서 추진해간 공사진이 유타주의 프로몬토리포인트에서 만나던 순간부터 미 대륙의 개척사는 달라졌다. 그 이후 100여년 사이에 미국은 세계 제일의 사회간접자본 선진국이 됐다.

대륙횡단철도 없이 ‘팍스아메리카나’ 설립이 가능했을까. 경부고속도로가 건설될 때 그것이 우리 국토의 동맥이 되고 우리 산업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게 되리라고 누가 생각했는가.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는 불황기에 더욱 효과적이다. 건설산업과 지방경제 활성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지방경제의 구세주▼

최근 우리 산업구조가 정보산업과 첨단산업으로 개편되면서 상대적으로 노동집약적 산업에 매달려온 지방경제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이 때문에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인프라 확충은 지방의 경쟁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연고산업의 활성화와 고용증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재원 조달의 어려움이 있다.

교통시설은 현재의 세대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투자이기도 하므로 사회간접자본 채권을 발행하거나 민자유치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좁은 국토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어려운 때일수록 기초를 다지고 경쟁력을 키우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건영(아주대 교수 ·국토개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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