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으로 점철된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는 미국 뿐 아니라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큰 뉴스였다. 하지만 연방과 주를 오가며 진행되는 수많은 논의들은 그와 유사한 지방자치제도를 가지지 않은 여타의 많은 나라들에게 생경한 것이다. 국지적인 자신의 체험을 보편적 문젯거리로 만드는 나라, 이 미국은 대체 우리에게 무엇인가?
사실 이번 대통령 선거가 제기한 보다 심각한 질문은 미국에 대해서라기보다 민주주의라는 이념에 대해서였는지 모른다. 선거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뽑는 팬클럽의 행사이기 이전에, 리더가 될 사람에게 각 개인이 가진 권리를 합리적으로 양도하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다.
따라서 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인물의 선출 뿐 아니라 그 인물에게 합리적 권위를 부여하는 일이다. 난항을 거듭한 끝에 인물은 뽑았지만, 합당한 권위를 창출하는 데는 실패했다면 과연 그 선거가 민주주의 실현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가?
이런 미국과 민주주의의 문제에 대해 고전의 힘을 빌어 근본적으로 성찰하고자 하거든, 근래에 새로운 영어번역판이 출간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의 이 저서보다 적절한 책은 많지 않다. 이 책의 번역자들에 의하면, 토크빌이 165년 전에 미국을 방문하고서 쓴 ‘미국의 민주주의’는 이제껏 민주주의에 대해 쓰여진 모든 책들 중 최고일 뿐 아니라 이제껏 미국에 대해 쓰여진 모든 책들 중에서도 최고다.
이 새 번역이 기존의 번역보다 뛰어난 점은 단순히 역사적 맥락에 충실한 역주가 곁들여 있다는 점에만 있지 않다. 하버드대의 저명한 정치사상사 교수인 맨스필드의 빼어난 장문의 서론은 역사가의 스칼러십, 사회과학적 문제의식, 인문학적 통찰, 그리고 유려한 문장력이 어떻게 행복하게 조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비범한 예다.
따라서 이 서론 때문이라도 이 고전의 새 번역은 충분한 의미를 얻는다. 맨스필드의 토크빌 연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최근에 출간된 저서인 ‘폭정과 자유’를, 맨스필드를 중심으로 한 학파적 성격에 주목하고 싶은 사람은 ‘군주의 교육’을 참조할 수 있다.
김연(하버드대 대학원 중국사상사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