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김동호/베풀고 살면 여기가 천국

  • 입력 2000년 12월 24일 18시 24분


성경에 의하면 하나님은 사람을 창조하실 때 사람에게 당신의 영을 불어 넣어주셨다. 그 하나님의 영을 우리는 하나님의 마음, 하나님의 생각, 하나님의 철학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진흙 한 덩어리에 불과한 존재이지만 그 속에 하나님의 영이 있음으로 인해서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고, 천하보다 귀한 존재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하나님의 마음을 우리는 그냥 천심(天心)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사람에게 있어서 마음처럼 중요한 것은 없다. 사람에게 환경이 참으로 중요한 것이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환경보다 중요한 것이 마음이다.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 살아도 마음이 편하지 않으면 행복할 수 없고, 좀 좋지 않은 환경에 있다고 해도 좋은 마음과 아름다운 마음을 가질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좀 불편한 환경에서도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81년 1월 19일자 어느 신문에 태어날 때부터 정신박약아가 된 아이들에게 직업훈련을 시키는 기관이 있었는데 집세를 내지 못해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는 기사가 실렸다. 그 다음 다음날 신문에 40대로 보이는 부인이 수표 다섯 장에 190만원을 들고 신문사를 찾아갔다. 그리고 그 돈으로 밀린 집세도 내주고 남는 돈으로는 연탄도 사주라고 부탁했다. 이름을 묻는 기자에게 그 부인은 심부름을 온 것이라며 끝내 자기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그리고 쪽지 하나를 기자에게 주고 떠났다. 그 쪽지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어제 빨래를 하고 있는데 중학교 다니는 둘째 아들이 신문을 들고 들어오면서 어머니 어머니 우리가 도와줘야 할 사람이 생겼어요 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그 신문을 보고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에게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있는데 둘 다 전교에서 1, 2등을 다투는 수재들이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그와 같은 아들을 둘씩이나 주신 것은 자랑하거나 뽐내라고 주신 것이 아니라 나면서부터 어렵게 된 사람들을 돕고 섬기라고 주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큰 아이의 대학입학 등록금을 제외한 모든 돈을 갖고 왔다. 하나님께서 지금은 이만한 심부름밖에는 시키시지 않으시지만 머지 않은 날 더 큰 심부름을 시키시게 되리라고 나는 믿는다.

나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날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나는 그 부인의 마음이 곧 하나님의 마음, 즉 천심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 부인의 천심 속에서 천국을 볼 수 있었다. 20년 전 우리는 아직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었다. 그래도 나는 그런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만 있다면 얼마든지 천국에서와 같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지금까지 조금도 변함이 없다.

예수님은 우리들의 상실한 마음 속에 하나님의 마음을 회복시켜 주시기 위해 이 땅에 인간의 몸을 입고 오셨다. 경제가 안정되면 더 좋겠지만, 정치가 안정되고 사회가 깨끗해지면 더 좋겠지만 지금 당장 정치 경제 문화 사회 할 것 없이 세상환경이 갑자기 좋아지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의 마음을 아름답고 깨끗하고 따뜻하게 지킬 수만 있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살만한 아름다운 천국을 이 땅에 건설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나님과 하나님의 마음을 잃어버린 우리들에게 하나님과 하나님의 마음을 회복시켜 주시기 위해 예수님은 이 땅에 오셨다. 나는 우리 모두에게 그런 천심의 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다 하나님의 마음을 갖게 되기를 소원하면 그 아름다운 마음을 가질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수재 아들을 둘씩이나 주신 것은 자랑하거나 뽐내라고 주신 것이 아니라 태어나면서부터 정박아가 된 아이들을 돕고 섬기라고 주신 것이라며 자신의 모든 돈을 털어 하나님의 심부름을 했다는 그 아름다운 부인의 마음이 이번 성탄절을 맞아 우리의 마음 속에 회복됐으면 좋겠다. 그 천심의 회복으로 인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아름다운 천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김동호(동안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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