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생각하며]이혜정/고객기대 넘어서야 프로

  • 입력 2001년 1월 3일 19시 17분


민간기업과 공무원들을 상대로 서비스 교육을 해온 지 8년째.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몰라도 호감가는 표정 하나로 인생이 바뀌었다면 과장이겠지만 분명히 내 인생의 각본은 새로 쓰여졌다.

▼뜻밖 서비스에 고객은 감동▼

그동안 서비스 교육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몇 가지 있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서비스를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요즘 고객들은 너무 까다로워요. 기대하는 것이 끝이 없어요.” “서비스는 우리만 해야 합니까.”

서비스하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서, 또는 고객에 따라서 서비스가 달라진다면 진정한 서비스맨의 자세가 아니다. 상사로부터 언짢은 말을 들었다고 해서 불쾌한 감정이 그대로 고객에게 노출되는 서비스맨. 까다로운 고객에게는 친절하게 대하지만, 말이 없거나 불평을 제기하지 않는 고객에게는 무관심한 서비스맨. 이들은 모두 프로의 자세를 갖고 있지 못하다. 진정한 프로 서비스맨은 누가 동기를 부여해주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 주기 위해 노력하는 ‘행동하는 양심’의 소유자여야 한다.

고객은 계속해서 “나를 기억해 달라. 기억해 주지 않으면 떠나겠다”고 말한다. 또 그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결국은 고객인 내가 이긴다”고 외친다. 공무원이든 사기업 종사자든 직종을 떠나 서비스 종사자라면 누구나 기억해야 할 고객의 소리다. 고객의 불만과 불평은 결국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의 고객에 대한 인식 부족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고객은 서비스 제공자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을 요구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감당하기 힘든 서비스는 5%도 안된다. 고객의 소리를 분석해 보면 따뜻한 말 한마디, 눈빛 하나가 부족해서 불만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서비스맨은 고객이 진정으로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항상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고객의 기대를 넘어설 때 진정한 프로가 될 수 있다. 기대하지 않은 뜻밖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때 고객은 만족의 수준을 넘어서 감동하게 된다.

R호텔이 고객감동 기업으로 인정받는 이유가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고객의 욕구나 고객 자신도 모르는 욕구까지도 먼저 발견해 충족시켜 드린다”는 서비스 신조에 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과 개인이라면 이 신조의 진정한 의미를 새겨봐야 한다.

서비스아카데미에서 교육받는 공무원들에게 “서비스맨이라고 하면 누가 가장 먼저 떠오르십니까”라고 질문해보면 “식당에서 서빙하는 사람” “웨이터” “단란주점에서 일하는 여성”이 ‘단골 답변’이다. 그들은 “공무원이 되기 위해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 어려운 시험에 합격했는데 고객 앞에서 굽신거려야 합니까? 나는 서비스맨이 아니라 공무원입니다”라고 말한다. 공무원들의 서비스에 대한 인식 수준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프랑스인들은 자녀가 말귀를 알아들을 만한 나이가 된 생일날, 항상 휴대할 수 있는 작은 손거울을 선물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해준다. “너의 얼굴은 너만을 위한 얼굴이 아니란다. 너의 화사한 표정 때문에 상대방이 행복해질 수도 있지만, 너의 짜증스러운 표정 때문에 불행해질 수도 있단다. 항상 이 거울을 갖고 다니면서 표정을 관리해라.” 진정한 서비스맨, 서비스의 달인은 가정에서부터 길러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공무원도 서비스맨인데…▼

서비스 교육을 받는 사람들에게 자주 듣는 말 중에는 이런 말도 있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표현이 잘 안됩니다. 그래서 간혹 오해도 발생하고요. 인사하고 싶어도 막상 말을 하려면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알고 보면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 “잘 알지 못했을 때도 괜찮은 사람, 알고 보니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표현력은 반복교육과 끊임없는 수련을 통해 길러질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인은 화낼 준비가 돼 있다.” 한국을 방문했던 외국인들로터 종종 듣는 한국인의 모습이다. 그러나 기업들의 고객중심 경영과 직원들에 대한 서비스교육, 정부의 글로벌 에티켓운동 등으로 우리의 수준도 많이 향상됐다. 새해에는 “미소가 아름다운 친절한 한국인”이라는 말을 듣도록 노력해 보자.

이혜정(철도경영연수원 서비스아카데미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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