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 부녀봉사회 총무인 윤씨가 자원봉사를 시작한 것은 77년. 당시 남편(67)은 경찰관으로 여유있는 가정은 아니었지만 주변에 어려운 이웃이 많은 데다 남편으로부터 사회의 구석진 이야기를 많이 듣고 봉사활동에 나서게 됐다.
남편과 세 아들의 이해 속에 부산 동구지역 골목을 누비고 다니는 윤씨의 봉사활동은 무료급식소에서 노인들에게 점심을 제공하는 것에서부터 병원 안내 및 환자 돌보기, 소년소녀가장 등 저소득가정 돌보기, 재해현장 구호활동 등 끝이 없다.
93년부터 알게 된 혼자 사는 배모(73) 할아버지를 친아버지처럼 보살펴 드리며 3년 전에는 고희잔치도 마련해 주었다.
90년에는 당시 14세의 소년가장이었던 김모씨(25·회사원) 3형제에게는 먹을 것, 입을 것을 사주고 빨래도 해주면서 친자식처럼 돌봐 주었다. 당시 언청이로 밖에 나가는 것조차 꺼리던 김씨는 윤씨의 도움으로 3년에 걸쳐 6차례의 수술을 받고 이제는 어엿한 직장인이 되어 명절 때마다 ‘엄마’를 찾아온다.
할머니와 단 둘이 살면서 백혈병을 앓던 김모군(당시 15세)이 5년여의 정성에도 불구하고 96년 수술 끝에 숨졌을 때는 많이도 울었다. 윤씨는 부산전자공고에 수석 입학한 김군을 살리지 못한 것이 자신의 잘못인양 ‘속죄’하는 뜻으로 할머니(73)를 더욱 극진하게 보살피고 있다.
윤씨는 처음에는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면 이런 봉사는 아무 것도 아니다”며 취재를 사양했다.
<부산〓조용휘기자>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