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처럼 많은 사람이 이 땅의 교육에 회의와 절망을 느끼고 기회만 있으면 떠나려고 하는가. 가장 큰 이유는 교육정책에 대한 불신이 우려할 만한 수위에 이르렀기 때문일 것이다. 교육개혁의 목소리는 높지만 기대할 만한 성과는 나오지 않고 점점 늘어나는 사교육비와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 등 불신을 가중시키는 문제가 쌓여가기 때문이다.
▼정책불신이 교육붕괴 불러▼
아끼고 사랑하는 자녀들이 폭넓게 열린 교육환경에서 풍요로운 삶을 준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라고 본다. 이런 바람을 이루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오늘의 교육현실을 외면하고 한탄하기보다 이를 극복하고자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이어야 할 것이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한다. 교육이 제대로 서지 못하면 100년 앞날이 어려워진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인적자원이 가장 중요한 재산이다. 다른 부존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우수한 인력은 발전의 원동력이며 인재양성은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고도의 지식정보사회로 갈수록 신지식을 창출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는 교육이 요구되고 있다. 방대한 지식을 습득하고도 활용하지 못하는 인재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능력을 계발하며 긍정적이고 유연한 사고방식으로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인재들을 배출해야 하는 것이다.
21세기 지식기반 경제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국가들은 예외없이 교육개혁에 중점을 두고 있다. 미래의 국가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새로운 교육비전을 세우고 효율적인 교육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많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러한 교육개혁에 앞서 내부적인 공감대 형성과 바람직한 사회문화 정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신뢰와 섬김을 바탕으로 한 문화를 우리 사회에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은 교육의 기반을 세우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섬김문화는 참된 인간사랑으로부터 비롯된다.
또한 대립과 갈등, 소외와 분열의 관계를 올바로 회복시킴으로써 각 개인이나 사회가 갖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과 역량을 통합해 발휘될 수 있도록 한다. 마음을 열고 서로 이해하는 문화 속에서 함께 풀어야 할 난제에 대한 최상의 대안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런 문화 속에서 정책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협조가 증대돼 최대의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본다.
교육은 사람과 문화를 통해서 바뀌어질 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교육의 장으로서 단지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회에서 의식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세계적으로 남다른 교육열을 보여준 기성세대의 모습은 어떠한가. 화합과 나눔, 배려보다는 남을 제치는 경쟁과 이기심, 무관심에 익숙하다. 보고 배울 수 있는 귀감이 부족한 현실은 안타까운 일이며 자성할 일이다.
▼가정과 사회부터 의식전환을▼
우리는 미래를 책임질 사람을 키워야 할 교육적 사명이 있다. 따라서 21세기 한국을 이끌어갈 주역들에게 삶의 본보기가 되는 역할모델로서 솔선수범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여겨진다. 그런 노력이 하나로 모아지면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교육개혁을 이끌어갈 큰 힘이 될 것이다.
더불어 다양한 개성과 재능을 지닌 학생들이 이 땅에서 가능성을 꿈꾸고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다.
최근 사회문제로 다뤄지고 있는 교육이민은 교육개혁 논의를 활성화하는 발전적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한국교육의 질적 도약과 경쟁력 향상을 위한 방안이 구체화될 수 있도록 국가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경숙(숙명여대 총장)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