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생각하며]최정아/준비하는 자에게 변화는 기회

  • 입력 2001년 4월 3일 19시 00분


영국도 한때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겪어야 했다. 당시 영국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에 사무실에서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웠다고 한다. 밖에서 점심을 먹고 들어오는 사이에 자신의 책상이 없어지지나 않을까 해서 였다는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얘기는 우스개 소리로 흘려버렸을 것이다.

▼어학-전문기술 꾸준히 습득을▼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바로 우리 자신의 일이 돼버렸다. 냉정한 실적 위주의 연봉제, 생존을 위한 합병, 섬뜩한 구조조정…. 평생직장의 개념은 사라지고, 모두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렇게 움츠린 채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이런 때일수록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변화(Change)를 기회(Chance)로 만들 줄 아는 유연하고 긍정적인 자세가 요구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몇해 전 일이다. 한 외국 주방기기 회사의 마케팅 매니저를 찾고 있었다. 그 때 중년의 주부가 지원해왔다. 근무하던 직장을 육아문제 때문에 그만둔 뒤 전업주부로 살다가 아이들이 다 자라자 다시 일하려는 분이었다. 주방기기 분야에는 전혀 경험이 없었고 공백기도 길어서 망설였지만, 너무 간절하게 원해서 큰 기대도 하지 않고 추천인 명단에 올렸다. 그런데 면접 당일 그녀는 그 회사 경영진을 감탄시켜 버렸다. 백화점 직원과 친구들을 통해 그 회사 주방기기에 대한 시장조사를 완벽하게 해서 무려 2시간에 걸쳐 멋진 발표를 한 것이다. 그녀는 당당하게 합격했고 지금까지 회사의 중책을 맡고 있다. 얼마나 멋진 변신인가.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문제는 변화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어떻게 키우느냐에 달렸다. 우선, 자기 업무를 확실히 이해하고 업무와 자신의 이미지가 일치하는지를 점검해보라. 적어도 3년 주기로 냉혹하게 자신을 평가하고 현재 상황에서 비전이 없거나, 내부 임직원보다 헤드헌터나 외부인에게서 더 인정받을 경우 과감하게 이직을 고려해 보라. 업무에 필요한 어학실력이나 전문적인 기술을 습득하라. 대인관계를 강화하고 동료나 상사에게 신의를 지켜라. 고객이나 회사 내부 직원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제3자가 매기는 자신의 점수는 소중한 자산이며, 자신의 몸값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능력을 드러내고 발휘할수록 좋은 기회는 많아진다는 것을 명심하고 능력을 키워야 한다. 예스맨은 무능해 보일 수 있으므로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해 표현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이런 전략들은 변화의 시대에 잘 적응하고,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다.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위기 극복의 노력과 책임을 전적으로 개인이 떠맡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회사를 위해 헌신해온 직원들의 변신을 위한 처절한 노력을 수수방관해도 될 만큼 회사는 당당한가? 그동안 열심히 일했지만 회사 사정이 어려우니 이제 그만 떠나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하지만 선진국의 회사들은 구조조정 등으로 회사를 떠나야 할 처지에 놓인 임직원들의 변신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인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문업체들을 통해 제공되는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는 퇴직자들의 창업 등 새로운 진로 선택 컨설팅, 구직정보 제공, 재취업 때까지의 사무실 및 비서 제공 등 다양한 지원을 포함한 종합적인 변신지원 프로그램이다. 비용은 물론 회사가 부담한다. 임직원들이 새롭게 변신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한 외국 스포츠 의류업체에서 근무하던 모 부장은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 덕분에 퇴직으로 인한 불안감을 극복하고, 단기간에 외국의류업체로 자리를 옮겨 승진까지 했다.

▼직원 변신 회사차원 지원해야▼

인생은 변화의 연속이다. 그 변화는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사람에 따라 위기일 수도 있고 변신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특히 퇴직은 개인의 인생에 있어서 어떤 변화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사람의 변신을 도와주는 일을 하면서 내가 느끼는 보람과 자부심은 클 수밖에 없다. 내가 직장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변화는 곧 기회 라는 것이다.

최정아(아데코 코리아 사장·헤드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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