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화백의 아들 장흔 신부(70)는 9일 기자와의 전화에서 “며칠동안 감기로 앓아 누워 계시던 아버님께서 8일 새벽 잠자는 듯 운명하셨다”면서 “사순절 기간 동안 일절 개인 행사를 갖지 못하는 천주교 관례상 100세 축하행사를 부활절 다음 주일인 22일로 미뤘는데 이를 앞두고 돌아가셔서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1901년 인천에서 태어난 장 화백은 일본 도쿄 미술학교(1922년)를 거쳐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미학과 미술사를 전공(1925년) 한 뒤 귀국, 1926년부터 1961년 5·16 직후 미국으로 건너갈 때까지 휘문고교와 서울대에서 후학들을 양성하는 등 우리나라 근대 미술교육의 체계를 확립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서울대 미대가 창설될 때 산파역을 맡기도 했다. 그러나 1998년 서울대 미대 김민수 교수가 일제시대 말기 친일 미술가단체에서 활동한 그의 친일행위를 거론한 것을 계기로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하는 등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의 가문은 천주교 집안으로 유명하며 아들 장흔 신부 이외에 장익 천주교 춘천교구장이 그의 조카다.
작품으로는 ‘목자 김대건’ ‘명동성당 14제자 그림’ 등 종교화를 많이 남겼다. 도미(渡美) 후에도 작품활동을 꾸준히 해 1976년 서울에서 전시회를 한번 갖기도 했다. 제자인 원로조각가 최종태(崔鍾泰·69)씨는 “선생은 말년에도 창작에 임해 두 달 전까지 그림을 그렸다”고 말하면서 “한국 가톨릭 미술의 초석을 다지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회고했다.
‘100세 현역화가’인 그를 기념해 일생과 예술세계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던 미국 NBC TV는 장 화백의 타계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을 9일 오전(현지시간) ‘투데이쇼’에서 방영했다.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