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대안학교 이사장 박청수 교무 인터뷰

  • 입력 2001년 4월 19일 18시 37분


“나는 행복한 여자예요.”

원불교 박청수 교무(64)의 얼굴을 보면서 ‘참 행복한 표정’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솔직히 말해 잘 이해되지는 않았다.

“우리 어머니가 스물 일곱의 나이에 혼자 됐어요. 논밭에 나가지 않으면 아무 것도 없던 가난한 시절에 남편 없는 청상과부가 됐으니, 어머니에게 결혼은 모험과 같은 것이었나 봐요. 어머니는 당신의 딸만은 결혼하지 말고 혼자 살기를 바랬던 겁니다. 어머니는 제가 원불교의 교무가 돼서 너른 세상으로 나가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살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교무가 되면 입지 못할 것’이라며 어린 시절의 제게 늘 고운 옷을 입혔지요.”

히말라야 라다크에 자선병원을 짓고 캄보디아의 지뢰제거 작업을 후원하며 북한 여성들에게 생리대를 보내기 위해 이곳 저곳을 오가면서 바쁜 성직생활을 하고 있지만 박 교무에게는 억지로 하는 의무감 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원불교에서는 또 여성 성직자에게도 설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제가 가진 것은 없지만 마음 속에 분출하는 생각을 말로 하면 사람들이 믿고 도움을 준다는 것이 제겐 행복입니다.”

박 교무는 최근에는 대안학교로 주목받고 있는 원불교 영산성지학원의 이사장 직을 맡았다.

영산성지고교를 성공적으로 운영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영산성지학원은 중학교급 대안학교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성지송학중학교를 짓고 있다. 인근 폐교를 불하받아 개조작업 중인 이 학교는 공사가 끝나는 한 두 달 뒤 문을 연다.

“출소자 돕는 일에 종사하는 분들이 겪는 어려움을 지켜보면서, 이른 시기에 비행청소년을 바로 잡는 활동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박 교무는 25일 유진 벨 재단에 북한 폐결핵환자 돕기 성금 1079만원을 전달한다. 이 돈은 한국자산관리공사(사장 정재룡)가 박 교무를 믿고 좋은 일에 써달라며 기탁해온 후원금. 많은 사람들이 한 가지 일도 제대로 못할 때 박 교무 혼자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사회사업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진정한 실천가이기 때문이다. 실천가의 특징은 ‘금방 결심하고 행동에 나선다’는 데 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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