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결혼식의 주인공은 춘천인형극장 예술감독인 강승균(姜承均·66)씨와 ‘새 이웃 주부극회’ 단원인 박양기(朴良基·58)씨.
‘주례 선생님’과 사회자는 각각 춘천인형극장 1호 인형 꿈돌이와 2호 인형 물돌이로 인형에 장대가 설치된 장대 인형들이다. 두 인형의 ‘키’는 장대를 포함하면 1m에 이르지만 결혼식장에서는 상반신 60㎝만 보이게 된다. 강씨의 후배인 두 단원이 무대 아래에서 인형을 조종하며 주례 소개와 맞절, 혼인서약, 성혼선언문, 주례사 등 식순을 육성으로 진행한다.
강씨는 “이 나이에 결혼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주례를 부탁하기가 쑥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럴 바에는 평생을 인형 덕분에 살았는데 인형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하고 새출발을 다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씨도 “인형에 ‘미친’ 사람과 결혼하는 만큼 이 정도는 각오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미소를 지었다.강씨는 1962년 TV에서 인형극과 인연을 맺은 뒤 ‘한 여름밤의 꿈’ ‘동물의 사육제’ 등 200여편의 인형극을 제작, 연출한 우리 인형극계의 산증인이다. 그는 “남산 KBS 시절인 60년대 초반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씨가 경호원과 함께 인형극을 보러 방송국을 자주 찾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75년 부인과 사별한 강씨는 네 자녀를 모두 출가시킨 뒤 연극 무대에서 만난 박씨를 새 반려자로 맞이하게 됐고 홍익대 미대 출신인 박씨는 초혼으로 무용과 마당놀이 전문가로 활동해왔다.강씨는 “앞으로 인형극 아카데미와 인형박물관을 세워 인형극 발전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결혼식에는 양가 친지 30여명과 춘천인형극제 관계자 등 100여명이 하객으로 초청됐다. 춘천인형극장은 이 결혼식에 앞서 개관식을 갖고 13일까지 각종 기념공연을 갖는다. 033―242―8450
<김갑식기자>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