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찾은 노벨상 수상자들 "가정교육이 중요"

  • 입력 2001년 5월 9일 02시 01분


노벨상 수상자들은 ‘자녀를 과학자로 키우는 비결’에 대해 부모의 가정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000년 노벨 화학상 공동수상자인 앨런 히거 박사(미국)와 시라카와 히데키(白川英樹·일본) 박사를 비롯해 클라우스 폰 클리칭 박사(독일·85년 물리학상), 존 로버트 슈리퍼 박사(미국·72년 물리학상) 등 노벨상 수상자들과 2000년 노벨 물리학상 심사위원장인 클라손 박사(스웨덴)는 8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최근 동국대가 개교 95주년을 기념해 연 합성금속과 양자반도체에 대한 국제 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슈리퍼 박사는 노벨상을 받게 된 바탕이 무엇이었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집에서 어렸을 때 화약을 갖고 노는 등 다양한 자극을 통해 과학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다”며 “학교교육도 중요하지만 가정교육을 통해 동기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시라카와 박사도 “과학자가 되려면 부모를 통해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동양은 집단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튀지 않는 동질성을 중요시하는데 이 때문에 독창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클라손 박사는 “어릴 때 얼마나 호기심을 갖고 있고, 어떤 질문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자녀를 과학자로 키우려면 부모나 교사들이 각종 질문에 대해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히거 박사는 “과학자가 되려면 천재적인 능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며 젊을 때 누구에게 배우느냐가 중요하다”며 “나도 옆에 있는 슈리퍼 박사에게 배운 것이 크게 도움이 됐다”며 웃었다. 클리칭 박사는 “과학자가 되려면 돈을 얼마나 버느냐가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연구를 최고의 장소에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벨상 심사위원장이었던 클라손 박사는 한국 과학자들을 심사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어떤 후보가 노벨상 심사 대상이었느냐는 것은 50년 동안 비밀에 부쳐져야 한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클라손 박사는 “한국이 응용과학에서 번 돈을 최근 기초과학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계속 확대되면 머지않아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슈리퍼 박사는 물리학계의 핫 이슈인 초전도 이론에 대해 “72년 초전도 이론인 BCS이론으로 제가 노벨상을 수상한 이래 세차례나 초전도체 연구로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며 “앞으로 상온에서 초전도체를 개발하거나 초전도 메커니즘을 규명한다면 또다른 노벨상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노벨상이 특정 국가에서만 나오는 이유에 대해 슈리퍼 박사는 “선진국은 우수한 연구소와 자원이 많아 훌륭한 인재가 모이기 때문”이라며 “개발도상국들도 그런 인적 자원이 모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방한한 노벨상 수상자 중 히거 박사와 시라카와 박사는 ‘전기가 통하는 고분자 물질’에 관한 연구로 노벨 화학상을 받았으며, 슈리퍼 박사는 물질의 초전도성을 설명하는 BCS이론으로 물리학상을 받았다. 클리칭 박사는 강한 자기장과 저온에서 전기 저항이 양자화된다는 현상을 발견해 물리학상을 받았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11일까지 이화여대와 고려대 등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할 예정이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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