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도 워싱턴과 인근 지역 주민들이 급성 백혈병으로 사경을 헤매는 한국계 소녀 에밀리 킴(6)을 살리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골수이식 기증자를 찾는 15개 모임이 만들어졌으며 연방정부의 공무원들은 특허청 소속 변리사인 에밀리의 어머니 캐스린 킴(33)이 간병에 몰두할 수 있도록 이례적으로 자신들의 연휴를 떼어내 보태주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워싱턴포스트, 워싱턴타임스 등 일간지와 ABC, NBC방송 등을 통해 보도됐다. 1996년 벌어진 ‘성덕 바우만 돕기 바람’이 5년 만에 다시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에밀리는 1998년 급성 림프구 백혈병으로 진단받았지만 항암치료로 이를 이겨내고 올해 성(聖) 에피스코펄 데이 스쿨에 입학했다. 그러나 지난달 에밀리의 온몸에 갑자기 멍이 번지기 시작했다. 부모는 에밀리를 급히 어린이병원으로 옮겼고 그곳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에밀리는 백혈병이 재발해 병소가 중추신경계를 침투하고 있으며 두 달 내에 골수 이식을 받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롭다는 것.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 특허청의 호와드 프리드먼 등 연방 공무원들은 너나없이 ‘휴가 쪼개서 보태기 운동’에 동참했다. 1993년 미국 공무원이 다른 직원에게 연휴 중 일부를 떼어내 다른 사람이 대신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법안이 통과한 뒤 처음 있는 ‘사건’이라고 현지 관계자들은 말했다.
에밀리가 다니는 학교 학부모들과 교민사회는 ‘골수 기증 캠페인’을 통해 기증자를 찾는 동시에 시술비 3만5000달러(약 4600만원)를 마련하기 위해 인터넷 사이트(www.EmilyKim.8m.com)를 개설했다. 이 사이트는 영어와 한글 모두 사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밀리의 부모는 항원형이 같은 공여자를 찾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 남은 시간은 두 달이 채 못된다.
학부모 중 마리나 찰스는 미국 변호사로 국내 태평양법인에서 근무 중인 이상구(李相久·37)변호사를 통해 동아일보에 현지 사정을 상세히 설명하는 e메일을 보내왔다. 이 변호사는 동아일보의 오랜 독자다. 동아일보사는 백혈병 분야에서 앞서 있는 가톨릭대의대 성모병원 김동욱(金東煜)교수에게 급히 연락했다.
김교수는 “미국측에 에밀리의 항원형과 유전자형에 대한 정보를 e메일로 보내달라고 급히 요청했다”면서 “답신이 오면 국내 골수기증 등록자 5만여명의 자료와 대조해 2, 3일 내에 기증 가능자를 추려낸 다음 정밀검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적합한 공여자가 없을 경우 골수기증운동캠페인 등을 통해 기증자를 찾아야 한다. 에밀리의 부모는 조국에서 희소식이 오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