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권 본보인터뷰]"야 남북관계 입장 모순…시야 넓혀야"

  • 입력 2001년 6월 18일 19시 06분


《민주당 김중권(金重權)대표에게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를 구했더니 "총론은 알겠는데 각론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 총재가 '포용정책을 지지한다'고 하니 총론은 알겠는데 북한 상선 영해 침범과 같은 각론에 들어가면 총론과 전혀 다른 처방이 나오니 혼란스럽다는 얘기였다. 18일은 마침 김 대표 취임 6개월이 되는날. 여의도 당사에서 그를 만나 대북정책을 비롯한 국정 전반에 대해 들어 보았다.》

-긴박한 현안부터 얘기를 해보지요. 한나라당은 북한상선 영해 침범사건과 ‘남북 이면합의설’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만….

“이미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됐고, 정부도 설명할 만큼 했는데 이를 다시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야당 입장에서 의혹이 있다면 국정조사가 아니라 더 큰 요구를 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과연 국정조사를 해야 할 사안인지 의문입니다.”

-한나라당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거듭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 답방 촉구도 문제삼고 있습니다. ‘구걸’이라는 것입니다.

“답방을 ‘애걸’하고 있다고 하는데 용어가 적절치 않습니다. 답방은 6·15 남북공동선언에도 명시된 최고당국자간의 합의사항입니다. 김 대통령은 합의사항의 이행을 촉구하고 있을 뿐입니다. 한때 속도조절론까지 나올 만큼 급속하게 진전되던 남북관계가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후 다소 소강상태에 빠진 것은 사실이지만 김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침체된 남북관계에 활로를 열 것이라는 것쯤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입니다.”

-북한상선 영해 침범에 대한 군의 대응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의 비판이 거셉니다.

“영해주권을 수호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입니다. 그러나 한나라당 주장대로 한다면 비무장 상선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정선을 명하고 총격을 해야 한다는 얘기 아닙니까. 남북간의 교류 협력이 상당한 정도로 진전된 상황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상선이라는 점이 확인된 마당에는 (영해 밖으로)나가게 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연평해전 때와는 상황이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민주당 소장개혁파 의원 31명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를 향해 독자적인 대북정책도 없이 정부 비난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는데….

“한나라당도 기본적으로는 정부의 포용정책을 지지한다고 총론을 밝히고 있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항상 모순적입니다. 각론은 총론에서 나오는 것인데도 번번이 그러니까 어떤 때는 총론까지 의심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한나라당은 전략적 상호주의를 얘기하면서도 사실은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아오는 1 대 1의 ‘산술적 상호주의’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상선을 정선시키고 발포해야 한다는 것이 좋은 예입니다. 그러나 남북한간의 국력 차이는 차치하고서라도, 우리의 전략은 북한의 개혁 개방입니다. 북한의 개혁 개방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가치입니까. 이런 궁극적 전략까지도 상호주의에 포함돼야 합니다. 이를테면 ‘가치적 상호주의’여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런 것까지 감안하면 하나를 받고, 둘 셋을 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시야를 넓히고, 좀더 어른스러워져야 합니다.”

-주제를 좀 바꿔서 19일로 김 대표가 취임한 지 6개월이 지났습니다만 일부 소장파들의 ‘정풍(整風) 운동’ 등 바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아 잠시도 쉴 틈이 없었습니다. 정치에 입문한 지 20년이 지났는데 지난 6개월간이 저에겐 감회도 크고, 역동적인 시간이었습니다. ‘정풍’이란 말은 언론용어 같은데, 일부 초재선 의원들이 민주적 절차를 갖추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내용, 다시 말해 당 쇄신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평가하고 있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쇄신의 첫째는 국정운영의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것이고, 둘째는 인적 개편인데 중요한 것은 나무를 볼 때 줄기를 먼저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스템 개편이 먼저고, 그에 맞는 인적 개편은 그 다음입니다.”

-당 발전위원회에서 대표 주례보고 때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치 못하도록 건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어떤 분이 그 말씀을 하셨지만 결정된 것도 아니고, 본인의 주장일 뿐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려 지금 누가 배석하고 안하고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당 대표로서 내가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습니다. 누가 배석하는가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또 그런 주장이) 나에게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 온 ‘강한 여당론’이 4·26 재·보선 참패와 소장파들의 쇄신요구로 초기에 비해 빛이 바랜 느낌입니다만 소신에 변함은 없습니까.

“그렇습니다. 왜 취임 일성이 ‘강한 여당’이었는지는 제가 대표로 취임하기 전의 우리 당 형편을 생각해보면 압니다. 여당이 든든하고 강력해야 국민이 안심합니다. 제가 ‘강한 여당’으로 내건 것이 당정관계에서의 당의 주도권 확립, 타협하고 토론하는 대야 관계, 그리고 당내 민주주의였습니다. 행정부는 정책집행의 능률성과 효율성을 먼저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민의를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당의 몫이고, 그래서 당 우위를 주장한 것입니다.”

-최근 ‘영남민심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유력한 ‘영남후보’로 생각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만….

“얼마 전 사석에서 우리 당의 정권재창출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대표로서 자신감을 불어넣어 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사실 영남은 우리 인구의 3분의 1이나 됩니다. 3분의 1이나 되는 민심을 얻지 않고는 정권재창출이 불가능합니다. 이건 내가 작년 최고위원 경선 때 대의원들에게도 한 얘기입니다. 이 얘기가 ‘영남후보론’은 아니지 않습니까. 앞으로 탄생할 정권은 영호남의 협력 위에서 나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가뭄도 어느 정도 해갈됐으니 김 대통령이 약속한 국정쇄신 기자회견을 준비해야 할 텐데 어떤 내용을 건의할 생각입니까.

“한가지 간과해선 안될 대목이 있습니다. 대통령은 당 총재이자 국정의 최고수반이라는 것입니다. 우리 당 소속의원 115명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국정전반에 관한 최고책임자로서의 생각이 있을 것입니다. 그 점을 이해하는 모습도 필요합니다. 우리가(당이) 할 수 있는 일은 다했으니 이제는 대통령이 얘기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정리〓김창혁기자>chang@donga.com

대담=이재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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