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철 국장〓동아일보는 물론 한국 언론이 위기에 처해 있다.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비록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일단 독자들에게 심려를 끼친 데 대해 반성한다는 사고를 30일자 신문에 게재한다. 그러나 동시에 언론 본연의 임무와 기능을 포기하지 않겠다. 독자위원들의 고견을 들려주기 바란다.
▽한정신〓국민의 한 사람으로 이번 국세청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를 지켜보면서 방송사들이 모두 고발 대상에서 빠진 사실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국세청 발표로 정부의 정치적 의도가 더 짙어졌다고 볼 수 있다. 동아일보를 믿기 때문에 극복해 내리라고 믿는다.
▽조형오〓대부분 국민이 정부의 언론사 세무조사 동기를 순수한 것으로만 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동기가 있다고 해서 신문사가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국세청 발표를 접한 독자로서는 비감을 느낀다. 70년대 후반 동아일보는 민주화와 언론 투쟁 당시 정권으로부터 탄압을 받았다. 경영에서도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다. 당시 많은 독자들은 성금을 모아 광고를 메워줬다. 기자들의 자긍심과 국민의 강건한 성원을 보여준 사례다. 그 당시 동아일보가 위기 상황이었지만 독자들이 믿어줬기 때문에 헤쳐 나갈 수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신문과 독자의 신뢰관계가 점차 약화된 것 같다. 동아일보는 장기적, 진취적, 수용적인 자세로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잘못한 점이 있다면 인정하고, 사과하고, 동아일보의 역사와 철학을 다시 새기고, 믿을 수 있고 당당한 친구로 다시 다가올 수 있으면 좋겠다.
▽최준혁〓언론사 세무조사 문제에 관한 기사가 많은 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언론사 세무조사 문제가 이렇게 시끄럽게 진행되고 있구나 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가게 된다. 침착하고 냉정하게 보도한다면 더 파급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한아〓신문고시제도 부활을 비롯해서 정부의 일련의 언론대책에 대해 언론탄압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언론 문제를 기사로 다룰 경우 작은 사건이나 제도 변화를 둘러싼 토론회가 있을 때마다 많은 지면을 할애해 보도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신문이 언론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이해하지만 좀더 객관적이고 의연한 자세를 보여주었으면 한다.
▽윤혜신〓언론사 세무조사를 바라보는 독자들의 보편적인 견해는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동아일보의 보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많은 독자들이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한겨레신문사의 자회사였던 한겨레리빙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형평을 잃은 조사의 문제 등에 대한 보도는 적절했다고 본다.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대부분 이번 사건은 당연히 언론탄압이라고들 한다. 독자들의 의견은 사과할 것은 사과해야 하지만 탄압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박영신〓방송보도를 들어보면 매우 혼란스럽다. 그러나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언론사에 대한 조사 과정은 투명하지도 않았고 공정하지 않은 잣대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 대한 신뢰도 크지 않다. 나의 믿음은 언론은 살아야 한다는 것과 동아일보는 약하지 않다는 것이다. 언론이 다시 권력의 시녀가 되는 길로 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언론이 권력의 시녀가 되는 것을 국민은 앉아서 그냥 바라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언론도 자율적인 내부개혁을 통해 발전의 계기로 삼기 바란다.
▽조형오〓권력과 언론간의 긴장, 견제 관계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언론사 세무조사에 관한 기사들을 접하면서 이것이 나와 무슨 관계가 있는가라거나, 언론사 차원의 문제라고 인식하는 것은 큰 문제다. 독자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 사회의 문제다. 언론의 자유가 있어야 언론을 통해서 민의를 대변하고, 여론을 수렴하고 공감대를 창출해내는 기제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다. 언론이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독자들이 성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아일보는 독자들에게 과연 이것이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동아일보가 친구처럼 신뢰할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존재로 각인되도록 더 노력해주기 바란다.
<독자위원 참석자 명단>
김한아(26·여) 연세대 대학원생
최준혁(28) LG 홍보팀 사원
박영신(28·여) 인천고 사회과 교사
윤혜신(36·여) 주부, 동화작가
조형오(39) 동국대 광고학과 교수
한정신(59·여) 주부, 소설가
<정리〓전승훈·정위용기자>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