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안경희여사 영결식 엄수]"정녕 이렇게 보내야만 합니까"

  • 입력 2001년 7월 17일 18시 46분


김병관(金炳琯) 동아일보 명예회장의 부인 고 안경희(安慶姬) 여사의 영결식이 17일 오전 6시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영결식 후 고인은 서울 종로구 가회동 자택과 광화문 일민미술관을 거쳐 장지인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선영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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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영결식은 스님들의 독경 속에 김 명예회장을 비롯한 유족, 친지, 조문객, 동아일보 임직원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불교식 제례로 치러졌다.

영결식에는 사돈간인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와 삼성 이건희(李健熙) 회장, 동아일보 오명(吳明) 회장과 김학준(金學俊) 사장, 고려대 김정배(金貞培) 총장, 권오기(權五琦) 전 통일부총리 등이 참석했다.

전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를 마치고 급거 귀국한 이건희 회장은 부인 홍라희(洪羅喜)씨와 함께 오전 5시경 빈소를 찾아 애도를 표했다.

○…고인의 약력 소개로 시작된 영결식에서 최맹호(崔孟浩) 동아일보 경영전략실장은 고인이 전두환(全斗煥) 전대통령의 부인 이순자(李順子) 여사의 회고록을 직접 입수해 편집국에 전달한 일화를 소개하며 “동아일보를 자신의 생명 이상으로 아끼고 사랑했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이어 고인의 경북여고 동기 동창인 김복순씨는 “정녕 이렇게 떠나보내야 하는가. 고인의 근심과 안타까움을 함께하지 못한 우리들이 부끄럽다”며 울먹이면서 추도사를 읽어 여기저기에서 울음이 터져 나오게 했다.

스님의 발인 독경이 끝난 뒤 유족을 시작으로 친지, 조문객의 순으로 헌화가 이어졌으며 일부 조문객은 고인 앞에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듯 한동안 오열하기도 했다.

○…이날 운구는 김재호(金載昊) 동아일보 전무의 친구들이 맡았다. 영결식 후 고인의 운구 행렬은 노제를 위해 서울 종로구 가회동 자택으로 이동한 뒤 고인이 사용했던 침실 등 집 안팎을 돈 뒤 다시 자택 바로 옆에 위치한 일민기념관을 한바퀴 돌았다.

운구 행렬은 스님의 인도 아래 위패를 든 고인의 외손자 함석용군과 영정을 든 둘째아들 김재열(金載烈)씨, 그리고 맏아들 김재호 전무, 김 명예회장 순으로 행진했다.

이날 줄곧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던 김 명예회장은 가회동집 노제에서 끝내 울음을 터뜨렸으며 간간이 눈물을 참기 위해 눈을 지그시 감아 조문객들을 숙연케 했다.

○…이어 운구 행렬은 고인이 96년부터 관장으로 재직한 광화문 일민미술관을 돌아 남양주시 화도읍 선영에 도착했다. 고인의 묘소는 전 동아일보 명예회장인 일민 김상만(金相万) 선생 부부가 묻힌 곳의 아래쪽에 마련됐다.

각계 인사 2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관식이 진행되는 동안 김 명예회장은 가까이 서 있던 가족에게 “내가 먼저 묻히기 위해 닦아놓은 자리였다”고 말해 모두 고개를 떨구도록 했다.

다음은 16일 밤과 17일 새벽 고인의 빈소를 찾은 각계 주요인사 명단.

강창성(姜昌成) 한나라당 의원, 유준상(柳晙相) 유경현(柳瓊賢) 박성범(朴成範) 전 의원, 김상철(金尙哲) 전 서울시장, 김송자(金松子) 노동부차관, 김문원(金文元) 전 한국언론재단 이사장, 김진현(金鎭炫) 전 문화일보 회장, 김규칠(金圭七) 불교방송 사장, 정성진(鄭城鎭) 국민대 총장, 전성철(全聖喆) 세종대 세계경영대학원장.

<민동용·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

▼추도사 전문▼

오늘 이른 새벽 우리 모두가 이렇게 당신을 보내는 인사를 하게 될 줄이야, 참으로 알 수 없었던 청천벽력과도 같은 놀라움입니다.

항상 앞에 나서지 않으면서도 바르고 조신한 몸가짐 속에 ‘민족의 신문’ 동아일보를 자기 생명 이상으로 아끼고 사랑했던 당신의 열정이 새삼 느껴져 가슴이 북받칩니다.

친구여!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당신께서 생전에 그렇게나 아끼고 사랑하던 동아일보 가족과 친구들에게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지켜온 당신 삶의 무게가 지금에 와서 그렇게나 감당할 수 없도록 고통스러웠다면 조금이라도 나누어 가지자고 말이라도 하지 그랬소. 조금만 참고 시간을 벌어 볼 수는 없었던가 묻고 싶구려.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당신이 안타깝고 우리를 꾸짖고 가는 것 같아 가슴이 더욱 무너져 내립니다. 고통을 함께 하지 못하고 붙들지 못한 우리 죄를 용서하기 바랍니다.

비난과 칭찬의 소리도, 세상 고통과 즐거움도 한순간 스쳐 지나가는 비람일진대 이 고비를 함께 넘지 못한 우리 자신들이 부끄러울 뿐이외다. 친구여! 다정한 당신의 목소리도 영원히 들을 수 없고 단아한 당신의 모습이 살아남은 우리에게서 영영 멀어져감을 우리 모두 통곡하며 당신을 보내는 바이오. 부디 편안하고 자유로운 세계로 안녕히 떠나시기 바랍니다.

모든 친구를 대신해 애도의 뜻을 전합니다.

(김복순친구 대표,·경북여고 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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