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부터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랑의 헌옷 모으기회’ 회원 24명은 최근 ‘사랑의 헌옷 장학회’를 만들었다.
주민들이 내놓는 헌옷을 팔아 생계를 꾸려가는 회원들이 수익의 일부를 떼내 어려운 학생들을 돕겠다며 모은 장학기금 1100만원을 내놓은 것. 벼룩시장에서 한 벌에 500∼1000원에 거래되는 헌옷 8000㎏어치를 팔아 마련한 소중한 돈이다.
회원들의 월 평균수입은 100만∼150만원 정도로 그리 여유 있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회원들은 이번에 장학회를 만들기 전에도 불우이웃에게 따뜻한 정을 나눠왔다. 이들이 그동안 삼삼오오 뜻을 모아 대구와 경북지역 중고교 학생 30여명에게 지급한 장학금은 모두 1000여만원에 이른다. 이들은 이 밖에도 노숙자들에게 무료로 헌옷을 나눠주고 결식학생들을 돕기 위한 성금을 모으는 등 활발한 봉사활동을 해왔다.
회원들은 헌옷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을 바꿔놓기 위해 주택가나 아파트 단지 등 곳곳에 지저분하게 놓여 있는 헌옷수거통부터 깔끔한 것으로 바꾸었다. 개당 6만원 하는 수거통을 주문제작해 대구 경북지역에 5000개를 배치했고, 옷수거용 1t 화물차도 노란색으로 예쁘게 단장했다. 시민들이 헌옷을 쓰레기로 취급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전낙현(全洛鉉·38) ‘사랑의 헌옷 모으기회’ 회장은 “주부들이 조금만 관심을 두면 헌옷을 모아 장학금 조성 등에 요긴하게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시작된 ‘사랑의 헌옷 모으기회’ 활동이 널리 알려지면서 10일에는 부산지역에서 헌옷을 모아 판매하는 업자 19명도 장학기금을 조성하겠다는 뜻을 밝혀오기도 했다.
사랑의 헌옷 회원들은 전국에서 헌옷수거가 체계적으로 이뤄진다면 몇 년 뒤에는 ‘헌옷백화점’을 오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구시는 3월 이들의 활동을 지역사랑운동 모범사례로 선정했다.
박재규(朴載圭·33) ‘사랑의 헌옷 모으기회’ 총무는 “영국의 빅브라더스처럼 전국민이 참여해 헌옷을 재활용하는 운동을 꾸준히 펴나가도록 하겠다”며 “다른 지역에서도 아파트 부녀회 등을 통해 ‘사랑의 헌옷 모으기’에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053-636-3166
<이권효기자>sapi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