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인천공항에 주어진 첫 번째 과제는 국제적 안목을 갖추고 공항을 경영하여, 지구촌 곳곳으로부터 비행기가 드나드는 동북아시아의 중심공항으로 발전시키는 일이다. 두 번째 과제는 이토록 좋은 위치와 시설을 가진 공항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공항 주변에 공항도시를 건설해야 한다는 점이다.
21세기의 국제공항은 여객이나 화물을 실어 나르는 단순한 터미널이 아니다. 공항 그 자체가 만남의 광장이며, 공항도시가 국제상거래의 중심지가 되고, 공항 주변의 관광지가 세계인의 휴식공간이 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9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공항 주변에는 공항도시(Aerotropolis)가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 주변의 에어포트 시티, 미국 댈러스공항 동쪽에 위치한 라스콜리나스 등 크고 작은 공항도시가 이미 만들어지고 있다. 1998년 개항한 홍콩의 첵랍콕 공항 인근에 있는 란토섬에는 국제업무 및 주거도시가 만들어지고 있다. 월트디즈니 사는 일본 나리타공항 인근의 도쿄 디즈니랜드, 파리 드골공항 인근의 유로 디즈니랜드에 이어 세 번째의 국제테마파크를 홍콩의 란토섬에 2005년 개장을 목표로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공항에서 접근이 용이한 25km 이내 지역에 공항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가 되다보니 공항도시 전문가라는 새로운 학문분야까지 생겨났다.
인천국제공항은 동북아의 주요도시들을 하늘 길을 통하여 연결한다. 국내는 물론이고 만주를 위시한 상하이(上海) 이북의 중국, 극동 러시아, 일본의 홋카이도(北海島), 규슈(九州), 심지어는 일부 동남아 국가까지도 인천공항의 고객이다. 또한 인천공항 주변지역은 동북아의 물류 및 교류의 중심지로 발전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3월의 인천국제공항 개항은 동북아 ‘하늘다리’ 건설을 위한 첫단계 사업에 불과하다. 공항과 서울을 연결하는 공항철도, 공항과 수도권 남부지역을 연결하는 제2연륙교 건설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세계적 수준의 공항도시를 건설하고, 공항 이용객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휴식공간을 조성하는 일이다. 이러한 공항도시나 관광지는 공항 그 자체와 상호 상승작용을 하면서 발전하게 된다.
1989년 인천공항 건설을 위한 기본계획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정부는 성공적인 공항 개항에 총력을 경주하였다. 이제부터는 인천국제공항의 열매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공항 주변지역 개발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인천공항 주변에는 영종도, 용유도, 김포매립지, 송도신도시 등 공항도시 건설에 적합한 땅이 많다. 공항건설을 위해 정부는 지금까지 약 3조원(총투자비 8조원)을 투자하였지만, 공항 주변지역 개발에는 그렇게 많은 재정투자가 필요 없다. 도로, 상수도 등 기반시설이 이미 갖추어져 있는 만큼 국내 민간자본이나 외자유치를 통해서 훌륭한 공항도시를 건설할 수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는 아직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구조조정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인천공항을 명실상부한 동북아의 중심공항으로 육성하고, 공항 주변지역에 국제업무단지, 국제관광지 등을 개발한다면 한국경제가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힘을 인천공항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인천공항이 단순히 수도권에 입지해 있다는 이유로 공항 주변 개발을 규제하거나 등한시한다면, 정부 스스로 인천공항의 발전 잠재력을 말살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동북아의 시각에서, 열린 마음으로 인천국제공항을 바라보는 정부의 자세 정립이 요망된다. 인천공항 주변지역에 동북아 교류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공항도시’ 건설이 시급하다.
홍 철(인천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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