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이를 위해 이날 임시 이사회를 열고 이른바 ‘왕자의 난’ 이후 현대차 대표를 줄곧 맡았던 이계안(李啓安·49) 사장을 현대캐피탈 회장으로 승진 임명했다. 현대차는 또 김동진(金東晉·51) 상용차 담당 사장을 총괄사장으로, 이상기(李相起·50) 현대캐피탈 부사장은 현대캐피탈 사장으로 임명했다.
최한영 현대차 전무는 이번 인사배경과 관련해 “현대차 그룹이 종금업에 진출하기로 했으며 그 진두지휘권을 이계안 사장에게 맡기겠다는 것이 정몽구(鄭夢九·MK) 회장의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가 특정인의 독주를 허용하지 않는 정 회장의 인사스타일이 짙게 배어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이계안 사장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계안 회장 등 옛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출신들을 제치고 현대모비스(옛 현대정공)와 현대자동차써비스 출신 인사들을 중용, 기름때를 묻히며 고생했던 옛 식구를 끌어안는 ‘다목적 포석’도 겨냥하고 있다는 것. 김동진 사장은 현대정공 출신이며 이상기 사장은 현대자동차써비스 출신이다.
때문에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출신의 3인방(이계안 사장-노정익 현대캐피탈 부사장-김원갑 현대차 전무) 등이 이번 인사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사표소동을 겪기도 했다.
신임 김 사장은 MK가 불우했던 시절 관할해온 현대정공에서 잔뼈가 굵어 MK의 ‘몇 안되는 측근’으로 분류돼 왔던 인물. 경기고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핀레이공대에서 박사학위(산업공학)를 받았다. 78년 현대정공에 입사한 후 한국형 ‘88탱크’ 프로젝트를 이끌며 능력을 인정받았으며 96년 현대우주항공 사장을 지냈고 지난해 초 상용부문 담당 사장을 맡아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상용차 합작사업을 지휘했다.
이계안 현대캐피탈 회장은 경복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 현대중공업으로 입사한 뒤 현대석유화학 상무,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부사장 등을 지냈다.
이상기 현대캐피탈 사장은 강릉고와 동국대 경제학과를 나와 현대자동차서비스에입사한 뒤 94년 현대캐피탈로 옮겨 올해초 부사장에 임명됐다.
<김동원기자>davi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