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부터 사할린 강제징용자 피해배상을 요구하며 일본정부를 상대로 88차례나 소송을 낸 ‘중-러 이산가족회’의 이두훈(李斗勳·63) 회장. 그는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이은 이번 판결을 보고 일본의 이중성을 더욱 실감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26일 “일본은 국익이 관련된 문제에 대해선 정부와 사법부, 언론이 일치단결하는 습성이 있다”며 “상황이 불리해지면 1심에선 상대방 손을 들어주다가 5∼6년 뒤 최종심에서 이를 뒤집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세 살 때인 1941년 아버지가 사할린에 징용된 뒤 72년 사할린에서 숨진 채 발견되자 사할린 징용자 피해 문제에 뛰어들었다. 중-러 이산가족회를 결성한 뒤 76년 일본정부에 피해배상 소송을 낸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무려 168차례나 일본을 오가며 징용문제 해결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사할린 징용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정부도 책임을 인정하고 있어요. 89년부터 경기 안산시의 이주아파트, 인천요양소, 사할린 문화센터의 건립 등에 600억원 가량을 지원하고 있는 사실이 이를 증명합니다.” 그는 오히려 우리 정부와 국회가 지난 30년 동안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탄원을 묵살하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일본은 당시 사할린 징용자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징용임금 가운데 1억9000만엔을 강제저금토록 했다”며 “이 돈은 아직도 일본정부가 보관하고 있으므로 수백배를 곱해서 꼭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 등 10여명은 오는 10월 일본정부와 징용자 수송을 맡았던 미쓰비시 등 일본기업을 상대로 외국인의 피해배상소송을 허용하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 소송을 낼 예정이다.
<대구〓이권효기자>sapi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