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화제]광주 '산골분교' 암투병 문관식교사의 명예퇴임식

  • 입력 2001년 9월 25일 18시 50분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가네….”

25일 오후 무등산 자락에 자리잡은 광주 북구 충효동 광주동초등학교 충효분교. 교실을 개조한 풍물실에서 제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초췌한 모습의 교사는 ‘스승의 노래’가 울려 퍼지자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전교생이 36명밖에 되지 않는 ‘도시 속의 산골분교’인 이 학교에서는 이날 암 투병을 위해 교단을 떠나는 문관식(文官植·53) 교사의 명예 퇴임식이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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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1일자 기사 "스승과 제자 함께 울었다"

문 교사는 이 학교에 몸담은 2년여 동안 자연의 품속에서 때묻지 않은 아이들의 시심(詩心)을 일깨워 올해 5월 국내 최고 권위의 어린이글짓기대회에서 14명을 입상시키는 개가를 올렸고 폐교가 되다시피 한 분교를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학교로 가꾼 주인공.

제자들과 학부모들이 마련한 이날 퇴임식 행사는 조촐하지만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정성이 가득했다.

풍물실 바닥에는 농사일로 바쁜 학부모들이 정성껏 준비한 떡과 과일이 차려졌고 학생들은 문 교사 옆에 둘러앉아 선생님께 드리는 편지를 낭독했다.

“선생님을 다시 볼 수 있게 돼 너무 너무 기뻐요. 하나님께 선생님 병이 낫도록 얼마나 간절히 기도했는지 몰라요. 선생님 이제 우리 걱정은 하지 마세요. 그리고 꼭 건강하세요.” 6학년 문옥현양(12)이 ‘선생님께 드리는 편지’를 또박또박 읽자 문 교사는 “말썽꾸러기가 이젠 다 컸구나”하면서 옥현양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선생님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에게도 꿈과 용기를 심어준 분입니다. 건강을 기원하며 감사의 뜻을 이 패에 담았습니다.”

학생들의 편지 낭독에 이어 학부모 대표가 감사패를 건네자 문 교사는 양복 호주머니에서 200만원이 든 봉투를 꺼냈다.

“비록 저는 정든 교단을 떠나지만 우리 분교가 전국에서 으뜸가는 학교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퇴직금을 쪼개 작은 정성을 보탭니다.” 학부모들은 “병원비를 대기도 벅찰텐데 웬 돈이냐”며 한사코 사양했지만 문 교사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문 교사는 5월 간암으로 ‘짧으면 3개월, 길면 6개월’이란 판정을 받았으나 3개월여에 걸친 요양생활과 최근 한달 간 방사선 치료로 암세포가 더 이상 퍼지지 않아 한 가닥 희망을 갖게됐다.

“암과 싸우는 동안 분교 아이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e메일을 보내고 전국에 있는 제자들이 병문안을 와 며칠씩 간호해주는 것을 보며 사제간의 정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퇴임식이 끝난 뒤 분교 아이들과 함께 가꿨던 텃밭을 둘러본 문 교사는 “교단에서 보낸 32년이 결코 헛되지 않은 것 같다”며 교문을 나섰다.

<광주〓정승호기자>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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