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와 싸워 이긴 할머니… 주택가 불나자 기지발휘

  • 입력 2001년 11월 11일 18시 42분


60대 할머니가 위험을 무릅쓰고 주택가에 발생한 불을 끄는데 발벗고 나서 자칫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었던 재앙을 막아냈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살고 있는 임순성씨(65)가 화재 현장을 목격한 것은 7일 오후 4시 반경. 동네 골목을 지나다 갑자기 ‘펑’하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자 길 건너편에 있는 2층 규모의 구두공장에서 불이 나면서 시커먼 연기가 솟구치고 있었다.

놀란 직원들이 작업장에 있던 소화기로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불길은 더욱 거세져 순식간에 80평 규모의 작업장을 집어삼킬 듯 번졌다.

소방차가 도착할 때면 불길이 인근 주택가로 번져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기 상황. 임씨는 반사적으로 불이 난 공장에서 10여m 떨어진 곳에 설치된 비상소화장치함으로 내달렸다. 이어 소방호스를 꺼내 능숙한 솜씨로 소화전에 연결시켜 불을 끄기 시작했다.

이날 임씨가 화마(火魔)에 맞서 싸울 수 있었던 것은 소방서에서 매년 두 차례씩 실시하는 비상 소화장치 사용 훈련에 꾸준히 참여한 덕택.

서울 영등포소방서 주낙동 진압계장은 “화재현장 일대가 주택밀집가라 초기 진화가 늦었으면 큰 피해가 났을 수도 있었는데 임씨가 ‘소방관’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고 말했다. 소방서측은 10일 임씨에게 ‘장한 119 시민상’을 수여했다.

임씨는 “불길이 인근 주택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평소 배운 대로 했을 뿐”이라며 “그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불을 끄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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