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지금도 남들은 슬슬 피해 가는 거리의 헌혈버스를 보면 스스럼없이 문을 열고 들어간다.
그가 처음 헌혈한 것은 1975년 5월 1일 중사로 진급하고 맞은 첫 휴가날이었다. 서울 용산역 광장을 지나던 그의 눈길은 한 버스에 내걸린 문구에 가 닿았다.
‘당신의 귀한 피가 새 생명을 구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버스에 올라가 팔을 걷었다. 앞으로 또 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귀신에라도 홀린 듯 그 뒤로도 헌혈버스만 보면 올라탔고 최근 들어선 2주에 한번꼴로 혈장만 뽑는 성분헌혈을 한다.
그는 헌혈을 통해 얻는 기쁨을 세 가지 꼽았다.
“건강검사를 해주니 몸이 좋아지고, 혈액수입이 줄어드니 애국도 되지요. 그리고 봉사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행복합니다.” 그동안 황 원사가 모았던 300여장의 헌혈증서는 부대 병사들과 그 가족 등이 필요할 때 꼬박꼬박 나눠줘 이제 30여장만 남았다.
황 원사는 ‘헌혈 정년’인 65세까지는 누가 뭐래도 헌혈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민동용기자>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