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야말로 모든 생명체의 근원이며, 인류 생존의 원천이기도 하다. 실제로 인간이 물 없이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은 1주일 정도다.
인체에 물이 부족하면 탈진상태에 이르고, 신진대사가 되지 않아 체내에 독소가 누적돼 사망하게 된다.
인류문명의 4대 발상지는 모두 물이 풍부한 하천유역이었다. 또한 한반도의 젖줄인 한강을 차지하는 왕국이 한반도를 지배한 것도 역사적인 사실이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이뤄진 오늘날에 있어서도 물이 갖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물은 무한재가 아니며 그 양과 질이 제한되어 있는 엄연한 유한재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파트 붐…물 부족 현실로▼
물 문제에 대해 세계은행은 최근 인류에게 경고를 보냈다. 즉, ‘20세기 각국 간 분쟁의 주된 원인이 석유자원에 있었다면, 21세기는 분쟁의 주된 원인이 물 자원에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또 유엔환경계획(UNEP)은 1998년 말 전 세계 2500만명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물이 없어서 숨지는 어린이만도 하루 평균 5000명을 웃돈다고 발표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2000년 세계 물 동향 보고서’에서 2015년 지구 인구의 절반이 넘는 30억명 이상이 물 기근에 시달릴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전 지구적인 물 부족현상은 우리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1990년 유엔이 분류한 물 부족 국가에 들었다.
물 위기는 이미 시작되어 2001년 물 수요에 대한 공급의 여유가 7억t에 불과했다. 수자원공사는 2011년이 되면 전국적으로 20억t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팔당댐 저수용량의 8배에 해당한다.
정부는 심각한 물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 댐 건설 등 다각적인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나, 지방자치단체 및 환경단체 등과의 견해차이를 좁히지 못해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예로부터 치산치수는 군왕들의 통치의 근간이었다. 물을 관리하는 것은 치수(治水)와 이수(利水)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치수는 홍수와 가뭄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물을 제어하는 양적인 관리를 의미한다.
이수는 인간에게 유익하도록 물의 이용을 도모하는 질적인 관리를 의미한다.
인간의 생활수준이 높아질수록 물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수량의 충족은 물론 수질의 안정성까지 요구하게 되었다. 특히 수질오염의 악화는 ‘넘쳐흘러도 못 먹는 물’이라는 아이러니를 낳아 인간생존의 기본적인 문제를 야기하게 됐다.
치수와 이수를 포함한 21세기 물 관리 정책의 기본방향은 ‘지속 가능한 개발’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이미 1992년 유엔 환경개발회의에서 채택된 이 원칙은 지금까지 무제한적인 것으로 인식되던 환경자원도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 앞에서는 고갈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우치고 있다.
따라서 인간의 모든 경제활동도 환경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는 대학입시 과열화가 강남지역을 비롯한 서울의 아파트값 폭등을 가져왔다고 판단하고, 분당 신도시 규모에 해당하는 수도권지역에 10만가구분의 주택을 또 건설하겠다고 8일 발표했다.
▼댐 건설 등 대책 서둘러야▼
4인 가족 10만가구가 입주할 경우, 1인 1일 물 사용량을 400ℓ로 본다면 하루 물 사용량은 16만t에 이른다. 올해에도 서울·수도권에 민간주택사업자가 공급할 재건축·재개발·신규아파트가 총 21만가구에 이른다고 한다.
이 같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 지역의 대규모 아파트 건설 붐은 물 부족사태를 앞당길 것이다.
지금도 수도권의 2000만 거대 인구가 거의 팔당 상수원 하나에 의존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팔당 상수원 하나로 수도권 인구의 물 수요를 질적 양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을지 두렵기만 하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이미 우리 앞에 다가선 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댐 건설 등 다각적인 물 공급량 확대뿐만 아니라 물의 질적인 수요도 함께 고려하는 ‘지속가능한 물 관리정책’을 국민 모두의 생존권 차원에서 실효성 있게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박응격 한양대 지방자치대학원장·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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