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軍 기초 다진 ‘군번 1번’ 떠나다

  • 입력 2002년 1월 14일 17시 55분


‘군번 1번 떠나다.’

고 이형근(李亨根) 예비역 육군대장은 한국인에게 오만하게 구는 일본인을 누르겠다는 마음에서 부모 허락도 없이 일본 육사에 지원해 장교가 됐지만 ‘충성할 대상’이 없었다.

46년 한국군의 모체인 조선국방경비대가 창설되자 대위로 입대한 고인에게 당시 미 군정청은 군번 1번을 부여했다. 능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었다. 고인은 이후 사단장 군단장 합참의장 육군참모총장 등 군 요직을 두루 거쳤다.

고인은 49년 8사단장 시절 적(북한)의 동태가 심상치 않다는 상황보고를 수 차례 올렸으나 육군본부가 이를 묵살하자 사표를 던졌다. 육군참모총장 시절엔 중상모략에 휘말려 대통령으로부터 사임 압력을 받았으나 끝까지 불응했다.

고인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사람들은 ‘큰일(쿠데타)낼 사람’이라는 뜻에서 ‘나폴레옹’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둘째아들 헌(憲·기산통신 대표·52)씨는 “정석대로 살다가 가신 분으로, 무엇보다 약속과 의리를 중시하셨다”고 말했다. 헌씨는 가요 ‘잘 있어요’ 등을 히트시켰던 가수. 유족으로는 장남 훈(勳·55·전 재향군인회 회장)씨 등 2남 4녀가 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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