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 전남 진도군에 30상자 분량의 조개껍데기를 무상으로 기증하는 허병운(許炳云·75·부산 해운대구 우1동)씨. 진도군 의신면이 고향인 허씨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고향을 떠나 대전과 전북 군산에서 고교와 대학을 졸업하고 부산에 뿌리를 내렸다.
선장이 되는 게 꿈이었던 허씨는 대학에서 항해 분야를 전공해 1955년부터 17년간 외항선을 타고 세계 각지를 누비며 희귀한 조개껍데기를 모았다.
허씨는 마도로스 생활을 접은 뒤 조그만 무역업체를 운영하면서도 조개껍데기 수집에 열을 올렸다.
6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구입한 밤톨만 한 크기의 조개는 허씨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소장품. 잠수부가 도저히 채취할 수 없는 해저 300m에 자생하는 이 조개는 그물에 걸린 아귀의 배에서 빼낸 것으로 당시로는 거금인 2500달러(약 325만원)를 주고 샀다.
필리핀 원주민에게서 구입한 일명 ‘식인조개’ 또는 ‘대왕조개’는 크기가 1m30, 무게 40㎏에 달한다.
또 전 세계 조개 수집가들이 갖고 싶어하는 ‘가시고둥’은 자신이 직접 다이버를 동원해 경남 거제도 인근 해상에서 채취한 것이다.
허씨는 “집에 보관하기가 여의치 않은데다 고향에 뭔가를 남기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이라고 여겨 기증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진도군은 바닷길이 열리는 고군면 회동마을 인근에 지상 3층 규모의 ‘세계 조가비 전시관’을 10월에 건립해 허씨의 소장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진도〓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