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내부균형과 외부균형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소위 ‘go-stop 정책’을 펼친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내외부균형을 위해서만 아니라 일반적인 경제정책을 운용하는 데에도 ‘go-stop 정책’의 개념이 자주 원용된다.
미국은 침체된 경기를 회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go 정책’을 펴 지난 한 해 동안 무려 열한 차례에 걸쳐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우리나라도 작년에 네 차례 금리를 내렸으며 미국의 9·11 테러사건 이후 세계경제 침체에 따른 동반 경기하강을 우려하여 경기부양책을 속속 내놓았다.
▼확장과 절제 조화 이뤄야▼
그러나 경기부양을 위한 ‘go 정책’만이 능사는 아니다. 금리를 내리는 이유가 투자를 늘리기 위함인데 이율을 내려도 신규투자는 어느 수준 이상 늘지 않게 되는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경제가 유동성 함정에 갇히게 되면 장기간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의 경우와 같이 경제는 활력을 잃고 투자해서 수익을 낼 사업은 없게 된다. 우리도 이러한 경우를 조심하여야 한다.
금리인하에 따른 부작용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저금리로 시중의 돈이 갈 곳을 몰라 방황하고 있는 것이다.
뭉칫돈이 부동산, 그것도 아파트로 몰려 지난해 봄 이후 아파트 가격이 엄청나게 상승했으며 예금이자가 낮으니 집주인은 전세보다는 월세를 요구하여 세입자의 허리를 더욱 휘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많은 서민은 무리를 해서라도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려 하고 이에 더해 최근의 왜곡된 교육열에 편승한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전매, 분양권 양도 등에 따른 불로소득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상가와 오피스텔도 마찬가지로 임대료가 너무 뛰어 장사나 사업을 못하겠다는 불만에 찬 임차인들의 목소리가 크다. 임대료가 오르면 상인들은 오른 임대료 이상 소비자에게 오른 가격을 전가시켜 소비자 물가상승도 예상된다.
주식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이율이 낮아졌다고는 하나 미국 등 외국보다는 높아 외국으로부터 자금이 국내로 유입되어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개미투자자들도 은행에 예금해봐야 세금 떼고 나면 쥐꼬리만큼의 이자를 받으니 주식시장을 기웃거려 주식시장이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경기회복과 제반 경제지표가 다져지지 않은, 한마디로 펀더멘털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유동성 장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정부는 미 테러사건 직후 주식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는 것을 보면서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양 주식시장의 강세를 묵인하고 있는 것 같다. 제발 과거와 같이 거품경기가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따라서 이러한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stop 정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 대대적인 경기부양에 나설 것임을 밝히고 경제성장 목표치를 4%로 상향조정하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나라의 적정 경제성장률을 3.2%로 예측한 것에 비하면 비교적 높게 잡았는데 지금은 외형성장에 매달릴 때가 아니다.
그나마 지금껏 운용한 구조조정을 착실히 마무리하지 않고 확장 정책으로 정책기조를 선회하면 다시 우리 경제는 어려움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경제 정책의 일관성을 요구하는 이유다.
▼지속적인 부양책 부작용 우려▼
또한 올해는 1년 내내 각종 선거로 지샐 판이어서 정치논리에 의해 경제가 휘둘릴 가능성이 커져 정책운용에 더욱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
각종 선거에 들어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관리 비용만도 올해 2000억원이나 책정되어 있으니 후보자들이 쓰는 선거비용은 상상을 넘는 수치가 될 것이다.
따라서 올해는 선거 인플레이션이 우려되고 여야 모두 선심성 정책을 남발할 것으로 예상되어 안정기조를 유지해야 하는 우리 경제에 주름이 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따라서 이행기에 있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지속적으로 부양책을 쓰지 말고 ‘go-stop 정책’을 통해 정책운용에 따른 부작용을 점검하는 한편 잘못된 점, 미진한 점을 보완해 구조조정을 매듭짓는 것이다.
윤용만 인천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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