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임 굳어진 李漢東 총리 ‘정치인 재신임'

  • 입력 2002년 1월 28일 19시 51분


이한동(李漢東·사진) 국무총리는 28일 평소보다 늦은 오전 9시25분쯤에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집무실로 출근했다. 비서실 관계자는 “총리가 어디를 다녀왔는지, 누구와 통화했는지 우리로선 모른다”고 말했다.

출근 직후 가진 간부회의에서도 이 총리는 ‘평상시와 전혀 다름이 없는 표정’으로 실무적인 일들을 챙겼다고 총리실 간부들은 전했다. 이 총리는 다음달 1일로 예정된 국회 시정연설을 위한 독회 일정(29일 오후)을 보고받고 고개만 끄덕였고, 청와대에서 유임설이 나오고 있다는 얘기에 대해서도 “두고 봐야지, 뭐”라는 반응만 보였다는 것.

측근들은 “이 총리가 늘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해도 오늘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해왔다”며 이 총리가 ‘평상심’을 유지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다만 한 간부는 “평소 웃분의 의중을 주변에 내비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하는 이 총리가 아니냐. 더욱이 대통령의 인사권에 관한 문제인데…”라고 말했다. 이미 오래 전에 유임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내색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미였다.

어쨌든 이 총리의 유임이 굳어지자 측근들은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탈(脫)정치 내각’에 국회의원 신분의 ‘정치인 총리’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자 다소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택석(李澤錫) 총리비서실장은 “현역의원 신분이라 하더라도 현재 어떤 정당에 대한 편견도 이해관계도 없는 무소속 신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총리가 밝힌 ‘정치인으로서의 꿈’과 관련해서도 “총리 유임과 연말 대선 출마는 직접적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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