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임명된 방용석(方鏞錫·57) 신임 노동부장관은 일선 생산직 노동자에서 노동행정의 최고위직까지 모두 경험하는 인물이 됐다. 방 장관은 충북 진천 출신으로 1964년 광혜원고교를 졸업한 것이 공식 학력의 전부. 70년 원풍모방의 전신인 한국모방에 입사하면서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70년대 중반이후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의 유신체제와 전두환(全斗煥) 대통령의 신군부통치로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출구를 찾지 못했다.
이런 때 그는 74년 한국모방, 75년 원풍모방에서 노조지부장을 차례로 지내며 ‘민주노조운동 1세대’로 활동했다. 그러나 82년 원풍모방노조가 해체되면서 거리로 내몰리자 해고노동자들과 함께 한국노동자복지협의회를 만들어 노조운동을 외곽에서 지원하면서 재야활동도 병행했다. 93년 재야 입당파 자격으로 국민회의에 합류했고 96년에는 단신으로 전국을 돌며 수천명의 노조위원장들로부터 서명을 받아 전국구 티켓을 따내기도 했다.
그는 노조활동가 시절부터 서울 당산동의 13평 시범아파트에 살면서 안방에 팔순의 노모를 모셔왔다. 부인 명인숙씨는 원풍모방 시절 만났고 결혼한 뒤에는 방 장관의 내조에 힘을 쏟았다.
노동계에서는 방 장관이 과거 수많은 협상을 치르면서 타협을 이끌어낸 경험을 인정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주5일 근무제 도입협상 △한일월드컵기간에 노사평화유지 △공무원노조 허용 등 정권말기의 중요한 노동현안을 놓고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 3자를 얼마나 잘 조율할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유보적인 판단이 우세한 편이다. 가스안전공사사장으로 해외출장 중이던 방 장관은 29일 밤 일정을 앞당겨 서둘러 귀국했다.이 진기자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