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신성인 대학생 김범식씨 '하늘나라의 졸업식'

  • 입력 2002년 1월 30일 18시 17분


물에 빠져 익사 위기에 처한 친구들을 구하고 숨진 대학생 아들을 대신해 부모가 졸업식에서 학사 학위를 받게 됐다.

지난해 8월 20일 제주 중문해수욕장에서 김범식(金凡植·당시 27세·성균관대 신소재공학과 4년)씨는 물놀이를 하다 파도에 휩쓸린 친구 2명을 구한 뒤 목숨을 잃었다. 사고 당시 김씨는 졸업 학점은 모두 땄지만 학교 측이 졸업요건으로 시행하고 있는 ‘3품제’ 중 컴퓨터분야를 제외한 사회봉사활동과 외국어능력을 이수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며칠 뒤 열린 하계 졸업식에서 김씨는 졸업이 아닌 수료만 인정됐다.

이에 김씨의 아버지 김영일(金泳一·73·경기 분당구 서현동)씨는 막내아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학교 측에 학사학위 수여를 청원했고 학교 측은 30일 이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김영일씨는 “항상 학교 생활에 성실했던 막내아들이 하늘나라에서나마 학사모를 쓰게 돼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관계자는 “숨진 김씨가 대학 재학 중 미국에서 일정 기간 어학연수를 마쳤고 자신을 희생하며 친구들의 생명을 구한 살신성인의 실천이 나머지 졸업 요건을 충족시킨다고 판단해 학위 수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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