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간 남북한 언어 이질화와 우리말의 표준발음을 연구해온 서울대 언어학과 이현복 교수(65)가 이달 말 정년 퇴임을 앞두고 ‘남북한언어비교연구’ 출판을 위해 막바지 열정을 쏟고 있다.
500여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이 저서는 남북한의 언어 차이를 발음, 맞춤법, 어휘, 문법, 표현 등 5개 분야별로 나눠 비교 분석한 남북한 언어 종합연구서. 북한 혜산사범대 노길룡 교수(60)와의 공동 작업으로 펴내는 ‘남북한 학자 공저 1호’여서 더욱 값지기도 하다.
1990년 국내 학자로는 처음으로 폴란드 바르샤바대 한국어 교수로 초빙된 이 교수는 같은 과에 연구교수로 와 있던 북한의 노 교수와 만나 공동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이 교수는 “남북한간에 언어가 달라 우리말을 배우는 외국 학생들의 언어혼란이 예상보다 심각했지만 정작 이 분야에 대한 체계적 연구가 전무한 데 대해 언어학자로서 부끄러웠다”고 공동연구의 동기를 설명했다.
이 교수는 92년 7월 먼저 귀국한 뒤에도 서신을 통해 공동연구를 계속했지만 노 교수가 북한으로 돌아간 뒤부터는 연락이 끊겨 그동안 혼자 나머지 작업을 해 왔다.
이 교수는 “같이 시작한 연구인 만큼 마무리도 함께 하기를 바랐다”면서 “책이 나오는 대로 노 교수에게 이 소식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년퇴임 후 한국음성언어 연구소를 열어 사이버 공간을 이용한 영어와 한국어의 표준발음 강의를 준비하고 있으며 세계 오지를 돌며 한글보급운동도 벌여나갈 계획이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