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복을 빕니다]정인용 전 부총리…청렴관료 평판

  • 입력 2002년 3월 5일 18시 07분


정인용(鄭寅用) 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이 68세를 일기로 타계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5일 과천 경제부처는 침울한 분위기였다.

최근 암 투병 중에도 회고록을 탈고한 고인은 “이제는 민주 관료로 대성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며 보직경쟁과 연고주의에 빠진 관가의 요즘 세태를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1985년 국제그룹 해체부터 80년대 5차례나 부실기업을 정리하는 악역을 맡았던 고인은 청렴과 합리적인 업무처리로 경제 관료의 전형을 보여줬다. 시중에는 집권층이 부실기업 정리를 구실로 엄청난 정치자금을 마련했다는 의혹이 무성했지만 정 부총리에게는 화살이 돌아오지 않았다.

대한선주를 인수했던 조중훈(趙重勳) 한진그룹 명예회장은 “정 부총리는 단 1000원도 받지 않은 사람”이라고 공개적으로 칭찬했고, 본인 스스로도 “은행장 은행감독원장 재무부장관 부총리를 거치면서 돈에 초연할 수 있었던 것은 기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고인을 옆에서 보좌했던 김우석(金宇錫) 한국은행 감사(전 재경부 국제금융국장)는 “기업주를 만날 때면 반드시 부하들을 부총리실로 호출해 뇌물을 줄 기회를 원천 봉쇄하곤 했다”고 회고했다.

97년 외환위기 때는 후배들의 요청을 마다하지 않고 무보수로 외국을 돌며 달러를 꿔왔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지명도가 높은 그는 선진국 경제관료 앞에서 국익을 위해 체면도 내던진 것이다.

고인은 생전에 골프를 즐겼으며 골프이론을 공부하는 데도 몰두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가 고희(古稀)를 넘기지 못한 그를 이끌어온 화두였다.

고인의 장례는 6일 오전 서울대병원에서 치러진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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