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정재락/민노당 후보에 던진 16만표의 의미

  • 입력 2002년 6월 18일 20시 14분


군소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 후보의 광역자치단체장 진출 여부로 전국적인 이목을 끌었던 울산시장 선거가 한나라당 박맹우(朴孟雨) 후보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박 당선자 스스로도 “기쁨보다 책임감을 더 느낀다”고 했지만 이번 선거과정에서 특히 심해진 계층 간의 갈등과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고 화합을 이끌어 내느냐 하는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먼저 허탈한 노동자들의 마음을 달래는 일.

비록 3만5000여표 차이로 시장에 낙선했지만 노동계 대표로 나선 송철호(宋哲鎬) 후보도 16만2000여표를 얻었으며 이들도 엄연히 울산시민이다.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6월초까지 박 당선자 선거사무실에서 불과 100여m 떨어진 울산시청 옆문에서는 민주노총 택시노조원들의 집회가 두달째 계속됐지만 당시 박 후보가 한번이라도 찾아가 이들의 입장을 들어봤는지 아쉬워하는 시민들이 많다.

혹시라도 “내편이 아닌데…”라며 외면해버렸다면 △노동복지특보 임용 △노동자의 시정참여 보장 등 박 당선자가 내건 노동공약도 한낱 ‘공약(空約)’에 불과할 것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논공행상식’ 인사에 대한 우려도 신경써야 할 대목이다.

시청 실국장 대부분이 박 당선자보다 공무원이나 고향 선배여서 시장 취임 이후 원만한 업무추진을 위해서는 대규모 인사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누구누구는 선거 때 줄을 잘못 서서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며 벌써부터 ‘설(設)’로 떠도는 ‘살생부’는 공직사회의 단합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박 당선자의 첫 인사를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다양한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선거 때의 ‘적’까지 끌어안는 포용력 있는 시장을 시민들은 원한다.

<울산에서>

울산=정재락 기자 jr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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