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으로 성공하려면 경제분야에서 성공하는 것이 필요조건이다. 다른 분야에서 아무리 업적이 크더라도 경제를 망친 정부는 정권 연장에 실패한 것이 국내외의 경험이다.
▼정책 일관되게 추진을▼
얼핏 생각하기에 경제에 대한 식견이 해박하고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이라면 경제대통령이 될 것 같지만, 국내외적으로 경제 부흥을 이룬 대통령이나 정치지도자 중에는 경제전문가가 별로 없다. 우리나라도 건국 이후 여러 대통령을 거치면서 경제적으로 성공한 대통령과 그렇지 못한 대통령을 경험했다. 국내외적으로 경제를 성공적으로 일궈낸 지도자들의 공통된 특징은 비록 경제전문가는 아닐지라도 유능한 경제참모진을 발탁해서 이들이 일관된 경제정책 노선을 유지할 수 있도록 확실하게 밀어주었다는 점이다.
경제정책은 어떤 방향이든 하나의 목표가 정해지면 그 방향으로 일관되게 추구해야만 성과가 있을 수 있다. 1년마다 장관을 바꾸는 관례 아래서는 장기 비전이나 정책의 일관성 같은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사람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후임자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정부의 정책기조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검증도 없이 나누어주기 식으로 경제정책 담당자를 임명한다면, 대통령의 경제철학이나 경제정책의 기본원칙 같은 것은 존재할 수도 없다.
대통령의 경제철학이나 정책이란 것도 대통령 개인의 것이 아니다. 형식상으로는 집권 여당의 정강정책이고, 실제로는 주변의 경제참모들이 대통령의 뜻을 반영하여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주변에 어떤 생각을 가진 경제참모들이 있는가와, 대통령이 이들로 하여금 임기 동안 안정적으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밀어줄 수 있는가라고 할 수 있다. 경제부총리나 경제수석비서관이 바뀔 때마다 정책기조가 바뀌고 후임자가 전임자를 비판하는 분위기에서는 주변에 아무리 유능한 사람이 많아도 소용이 없다.
과거에 해오던 대로 하루하루 경제를 관리하는 것이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을 적절히 소리 안 나게 처리하는 정도의 정치력은 웬만한 직업정치인이라면 다 가지고 있다. 이런 행정관리형이나 정치해결사가 경제대통령이 될 수는 없다.
이익집단의 집단이기주의와 관료집단의 관료주의를 극복하지 않고는 활기찬 시장경제를 이룰 수 없다. 경제대통령은 비록 단기적으로는 인기 없는 정책이라도 백년대계를 위해 추진해야 할 것은 해내는 용기와 관료조직을 확고하게 장악해서 자신의 경제비전과 정책을 실행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경제를 여론과 국민정서에 영합해 운용한 결과가 어떤지는 지난 4년간의 경험이 잘 보여주고 있다.
시장경제 원리에 대한 반감과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사람은 경제대통령이 될 수 없다. 경제정책을 정략과 이익집단의 압력으로부터 분리시키고 정책담당자들이 경제문제를 오직 경제논리로 풀 수 있도록 정치적 바람막이 노릇을 해주는 것이 바로 경제대통령의 역할이다.
▼정치 바람막이 역할 필요▼
경제대통령은 경제전문가일 필요가 없다. 경제에 높은 관심을 가진다고 해서 경제대통령이 되는 것도 아니다. 유능한 경제전문가를 발굴해서 기용할 줄 아는 안목과 인덕, 그리고 이들을 일회용 소모품으로서가 아니라 동반자로서 임기 동안 자유롭게 뜻을 펼칠 수 있도록 신임해주는 포용력과 의지, 그리고 시장경제에 대한 신념, 바로 이런 덕목이 경제대통령을 만드는 것이다. 과연 어느 후보가 이런 덕목을 가지고 있는지, 또 그 주변엔 어떤 인사들이 있는지 잘 살펴볼 일이다. 이것은 아들이 군대를 다녀왔는지, 장인의 사상이 어땠는지, 친어머니가 누구인지를 따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 이것은 바로 우리의 먹고사는 문제가 걸린 사안이기 때문이다.
김종석 홍익대 교수·경제학 jskim@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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