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포럼]허동훈/수도권 경제특구 개발 시급하다

  • 입력 2002년 10월 10일 18시 26분


경제성장 초기에는 제조업의 증가세가 두드러지지만 경제가 어느 정도 성숙단계에 접어들면 완만한 감소세로 반전되며, 서비스업의 비중이 늘어난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도 이제 물류 및 비즈니스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성장을 통해 경제를 이끌어 나가지 않으면 장기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단계에 이르렀다.

올여름 정부가 내놓은 경제특구법안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아직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경제특구법안은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발전을 위해 비교적 유리한 여건을 가진 지역에 규제해제와 지원을 통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그 파급효과를 기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를 동북아시아 비즈니스 중심국가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에서 가까운 인천을 동북아의 물류 거점으로 만드는 것을 기본 구상으로 하고 있다. 이는 인천이 동북아의 중심지에 위치한 데다 물류 거점 도시로 부상하는 데 필요불가결한 시설들을 이미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 지역은 공항과 항만 등의 기초여건이 갖춰져 있고 서울을 배후에 두고 있는 데다 개발 초기이거나 미개발지역이라 원점에서 시작할 수 있는 경제특구 최적지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들여다보면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기 전 단계부터 ‘용두사미’가 될 조짐이 확연하다. 우선 당초 대상지로 올린 인천공항 주변과 김포매립지, 송도신도시 등 인천지역 세 곳에 경제특구를 추진하는 것도 힘겨운 판에 광양만과 부산항까지 경제특구에 포함시켰다. 또 자금조달 대부분을 민간 사업시행자에게 떠넘길 뿐 진입도로나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에 대한 구체적 지원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공항 주변과 김포매립지, 송도신도시를 한꺼번에 경제특구로 지정해 개발한다는 것이 현실성 있는 방안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

특히 인천공항 주변은 상하수도 시설도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고 사유지가 많은 데다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미 땅값이 많이 오른 상태라 부담이 있다.

김포매립지는 매립지라기보다 간척지이기 때문에 성토 및 기반시설 공사에 필요한 시간을 감안하면 입주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송도신도시의 사정이 그중 나은 편이다. 이미 인천시가 송도신도시 내부 기반시설공사를 시작한 상태이고 지명도 있는 외국 개발회사와 계약을 체결했으며 개발계획도 확정단계에 있다. 하지만 제2연륙교와 제3경인고속도로 등을 통해 공항과 서울 등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지 않으면 비즈니스 중심지를 향한 개발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문제는 인천시가 자체 역량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주변 국가들이 두 손놓고 있는 상태도 아니고, 비즈니스 중심지화 전략은 선점효과가 크기 때문에 경제특구 조성은 시간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관계부처와 정부의 적극적이고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허동훈 인천발전연구원 지역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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