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2000년 6월5일 ‘환경의 날’. 김대중 대통령은 동강 생태계의 보전을 위해 댐 건설계획을 백지화하고 동강을 영구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동강 보존운동이 결실을 얻는 순간이었다. 동강의 아름다운 생태계를 영원히 간직할 수 있다는 희망에 많은 이들의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는 개발에 밀려 환경문제는 등한시되던 당시까지의 개발우선주의 논리를 잠재우는 일대 사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진행된 지자체와 중앙정부간의 갈등은 이 같은 국민의 소망을 담기에 너무도 부족한 것이었다. 강원도와 환경부의 동강 보전을 위한 움직임은 종합적인 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다. 동강댐 백지화가 선언된 지 근 2년이 되어서야 강원도의 자연휴식지 지정과 환경부의 생태계보전지역 지정이 중복되게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간의 관리 책임과 역할 분담은 명확하지 않았다.
그동안 각종 도로공사 등 유역 주민들을 위한 지원사업에 들어간 비용은 400억원을 넘지만 각종 사업은 성과 위주로만 이뤄졌고,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는 지원에 대한 형평성 논쟁만 낳았다. 이 와중에 동강 주변은 물밀 듯 밀려드는 래프팅 관광객과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주변의 난개발로 훼손돼 가고 있었다.
특히 환경부는 2002년 8월 9일 정선군 광하교에서 영월군 섭세의 46㎞에 이르는 동강수면과 주변 국·공유지 64.97㎢를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고시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 생태계보전지역 중 가장 넓은 면적이라는 설명 등이 잇따랐다. 그러나 정작 가장 많은 난개발이 이뤄져온 강유역 사유지 31㎢에 대해서는 예산이 없어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가 확보한 올해 관련 예산은 39억원에 불과하다.
이 같은 실정은 환경부가 동강 생태계보전지역에 대한 자연자원 및 이용자의 관리방안 등 체계적인 관리시스템과 운영체계를 갖추지 못한 채 성급히 지정만 했다는 비난을 낳고 있다. 나아가 국가지정 생태계보전지역은 국가가 매입해 관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관리 및 관리비용을 지자체에 위임 또는 위탁하려 한다는 의구심어린 시선을 받고 있다.
이제 동강을 둘러싼 정부 당국의 각종 조치에 대한 중간점검이 있어야 할 시점이다. 또 하나, 동강문제와 관련해서는 환경단체들의 책임도 묻고 싶다. 그동안 부르짖었던 동강댐 건설반대가 단지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었다면, 이제 동강 유역 보전을 위한 당국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지적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동강이 다시 생명력 있는 강으로 태어나 우리 후손들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정부와 시민사회, 주민들의 관심과 노력을 촉구한다.
엄삼용 강원 영월 ´동강 보존본부´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