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환경 흔드는 ´반미주의´▼
요즈음 한국 사회 저변에 일고 있는 반미감정은 과거와는 달리 지식층, 정치권, 종교계 등을 포함한 다양한 계층에 상당히 광범위하게 번지고 있는 것 같다. 운동경기 판정 시비 같은 단순한 감정문제에서부터 기지 주변 환경오염, 훈련 중 사고, 개인범죄 등과 같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관련 사안은 물론, 무기체계 도입 등 전력증강사업 분야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제가 반미감정 표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반미 분위기는 최근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 사건을 계기로 더욱 확산되는 추세다.
반미감정은 현안 이슈에 따라 얼마든지 표출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감정이 한미 군사동맹관계는 물론 우리의 전반적인 안보환경까지도 크게 손상시킬 수 있는 반미주의(Anti-Americanism)로 비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것은 방지돼야 한다. 국회나 정부가 이를 위해 적극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다.
문제는 정치권에서나 정부측의 노력이 주로 SOFA 협상 재개라는 특정 방향으로 치우치는 경향을 보이는데 과연 SOFA가 문제의 핵심인가 하는 점이다. SOFA 개정을 위한 협상도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인식과 대책방향 정립이 필요하지 않을까.
우선, SOFA 개정협상과 관련해서도 정부 당국은 대미 협상개시 전에 먼저 2년 전에 개정된 현행 SOFA 협정도 형사재판권, 환경보호 등 전체적인 내용 면에서 사실상 독일이나 일본의 경우에 비해 크게 손색없고, 우리나라도 해외로 파병할 때 우리 군인에 대한 형사재판권을 결코 다른 나라에 양도하지 않는다는 등의 SOFA 관련 사실을 국민에게 충분히 알려야 한다. 최소한 현행 협정 내용에 대한 오해가 반미감정의 원인이 되는 것은 방지해야 할 것이 아닌가. 또 현행 SOFA 협정의 실제 내용에 대한 국민의 폭넓은 이해가 있어야 미국과의 협상도 원만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지 못했을 경우, 협상과정 자체가 또 다른 한미간의 갈등과 반미감정 자극 요인이 될 수 있다.
근본적으로 정부는 또한 우리 사회 저변에 널리 만연돼 있는 안일한 대북 인식과 안보불감증, 즉 안보는 항상 주어져 있는 불변의 기정사실로 인식하는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북한과의 대화와 교류협력이 바로 군사위협의 해소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안보적 현실과 주한미군과 한미군사동맹이 현재의 안보는 물론 앞으로의 평화통일 과정에서도 중요하며, 잘 유지 관리해 나아가야 할 불가결한 요소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주한미군은 한미 양국 정부와 국민이 다 같이 필요하다고 동의할 때에 한하여 주둔한다는 것이 양국의 공통된 기본입장이다. 따라서 주한미군은 어느 한쪽에 강제로 지워진 부담스러운 짐이 아니라 서로 필요로 한다는 국가전략적 판단의 결과임을 우리의 젊은이들이 충분히 이해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주한미군 필요성 알아야▼
중국이나 러시아도 주한미군에 대한 한국정부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고, 심지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조차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는 군사동맹국이자 전략적 동반자인 미국을 통일방해 세력으로, 그리고 안전보장 장치인 주한미군을 철수시켜야 할 주둔군으로 매도하면서 반미구호를 외쳐대고 있다. 무엇을 위한 것이며,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한미 연합군사 태세에 추호의 흔들림이 없기를 바란다.
박용옥 전 국방부 차관·객원논설위원 yongok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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